14일 미국 농림부는 앨라배마에서 도축된 소 한 마리에서 광우병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흘 전인 11일 미국 농림부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소를 발견해 아이오와 주에 있는 실험실에서 정밀검사에 들어갔다고 밝힌 데 이은 후속발표다.
***2003년, 2005년에 이어 제3의 '미국 광우병 파동'**
문제의 소는 지난 1년 동안 앨라배마에서 사육된, 생후 10년 된 소로 아직 출생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된 것은 지난 2003년 워싱턴 주에 반입된 캐나다산 소가 광우병 양성 판정을 받고 2005년 6월에 텍사스 주에서 다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된 후 세 번째 사례다.
미국 농림부의 수석 수의사인 존 클리포드는 "문제의 소가 식육용이기는 하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들의 식단이나 사료용으로 유통된 건 아니다"라며 파장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이미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는 맥도날드, 웬디스 등 패스트푸드 업체와 미국 최대의 쇠고기 가공회사인 타이슨스 푸드의 주식이 급락하는 등 '제3의 광우병 파동'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 홍콩도 미국산 쇠고기 "못 믿어"**
일본은 지난해 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지 한 달여 만에 미국이 쇠고기 수입 재개 조건으로 약속했던 합의사항을 어기고 뼈가 붙은 살코기를 수출한 것으로 드러나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조치를 철회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했던 홍콩도 지난 11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앞서 홍콩 당국은 콜로라도 주 스위프트앤코사 공장이 쇠고기 수입 재개에 관한 합의사항을 어기고 뼈가 붙은 살코기를 수출한 것을 발견하고 이 공장에서 가공하는 쇠고기에 대해 이미 금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2003년 광우병 파동이 난 지 2년여 만인 최근에 아시아 쇠고기 시장의 문을 다시 여는 데 성공했던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는 또다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수입재개 방침에 변함 없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지난 1월 이미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강행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림부는 일단 사태가 정확히 파악될 때까지 수입재개 일정을 조금 늦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는 도축작업장을 지정하기 위해 19일 미국에 현지조사단이 파견하기로 했던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림부는 이번에 광우병 양성 판정을 받은 소가 생후 10년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는 방침을 바꾸지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
농림부는 지난 6일 확정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과 관련해 19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해야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미국 측과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 4월은 미국 정부가 소 등 되새김 동물에 골분 사료를 주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해다.
이에 대해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되새김 동물에 대한 골분 사료 금지 조치'는 1986년에 영국 정부가 처음으로 도입한 조치로, 이 조치가 도입된 후 약 2년 사이에 2만6000여 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1998년의 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한 미국 정부는 최근 되새김 동물뿐 아니라 모든 동물의 사료에 소의 뇌 및 척수 등 광우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쇠고기 부위를 넣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연내에 법제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미 FTA를 위해 국민 건강을 포기하려는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워싱턴 주, 텍사주 주에 이어 앨라배마 주에서까지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것은 미국 전역에 광우병이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며 "정부는 당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며 "한미 FTA 앞에선 국민 건강을 포기해도 된다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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