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베트남에서 '헐값 용병'이었다"

[외교문서 공개]"미군 1/3 수준"…제주도 미군기지 유치 '안간힘'

외교통상부가 1965~74년 베트남 파병과 관련된 외교문서 총 49권 7400쪽을 26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는 한국군에게 제공된 파월 대가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최소 수준이어서 "'헐값'에 '용병'으로 팔려 갔다"는 그 간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미군의 3분의 1 수준으로 베트남에 '염가' 파병…"왈가왈부하지도 않아"**

외교부가 26일 공개한 외교문서 중에는 한국군의 베트남 추가 파병의 전제 조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양해사항을 담은 이른바 '브라운 각서'의 이행 상황과 그 전모를 드러낸 1970년 2월 24~26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내용 등이 자세히 담겨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보관 문서 중에서 '남침 대비 한국군 대비 태세' 등 베트남전과 거리가 있는 기밀문서 등 국방부가 생산한 164쪽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미국이 브라운 각서 9항에 따라 베트남 파병 한국군에게 지급한 해외수당은 1969년 말 현재 1억3000만 달러로 확인됐다. 이런 지급액에 대해 문서는 "타국에 비해 지나치게 염가로 파월 대가로는 최소한이며 필수적이었다"는 우리측 평가를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수당은 이미 1970년 2월 24일~26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베트남전 참가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 및 수당 지급에 관한 청문회', 즉 이른바 사이밍턴 청문회에서 "한국군은 '피의 보상을 노린 용병'으로 폄하됐을 만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이밍턴 청문회에서 포터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 정부는 파병이 결정된 이후 제3국과 비교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이득(1965~1969)은 5억4600만 달러로 이는 한국전쟁 때 일본이 얻은 이득과는 비교도 안 되고 베트남에 파병하지 않은 일본의 이득보다도 적지만 자유중국(대만)의 이득은 약간 상회하는 정도"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는 베트남 파견 미군의 1인당 비용은 1만3000달러인 반면 한국군은 5000달러이며 필리핀 비전투원은 7000달러 수준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미국 정부 측은 수당 지급을 비밀에 부친 이유에 대해서 필리핀과 태국 등 다른 나라와의 교섭을 고려해서라고 설명했다.

***"수당 경제개발비 전용은 안 해…미국 '전투수당' 지급 요구 거절"**

한편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수당의 경제개발비 전용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국방부가 별도로 공개한 '김성은 국방부 장관과 비치 주한미군 사령관 간 서신(1966년 3월 4일)', '파월 장병에게 지급한 개인수첩' 자료 등에 따르면 "한미는 1964년 12월 25일 김종오 합참의장과 하우즈 주한 미군 사령관 간에 체결된 최초 실무 각서를 통해 1965년부터 파병 장병에게 해외근무 수당을 주기로 합의했다.

실무 각서에 명시된 각 계급별 수당은 해외 근무 수당액은 사이밍턴 청문회 기록 및 파병 당시 장병에게 지급했던 개인 수첩에 명기된 기록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한미 간 합의대로 해외 근무 수당은 장병에게 모두 지급됐으며 당시 정부는 베트남 파병 군인이 받은 해외근무 수당 가운데 80%를 국내 가족들에게 의무적으로 송금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파병 장병에게 해외근무 수당과 별도로 전투 수당을 지급해줄 것을 미국 측과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미국 측은 끝내 한국 측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군기지 제주도 유치 위해 '안간힘'…박정희 핵무기 저장 허용할 것"**

베트남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열린 1968년 제1차 한미 국방각료회담에서 우리나라가 미군기지의 제주도 유치를 시도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1968년 당시 최영희 국방장관은 "일본에서 미군기지 철거 요청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이동해 올 것을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한 데 이어 이듬해 2차 회담에서 당시 임충식 국방장관은 "제주도에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만들어 줄 것을 제의한다"며 거듭 미군 기지의 제주도 유치를 타진했다.

1차 회담에서 최 국방장관은 또 "현재 공작원을 북한에 보내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해야 할지 모른다"며 "북한에 첩자를 보내는 것은 가능하고 한국은 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미국은 브라운각서를 통해 베트남 파병 국군 병력을 대체하는 국내 보충병력 정비ㆍ훈련 수요 재정을 부담하기로 했지만 베트남전에서 쓰던 장비를 취득가의 56% 가량의 비용으로 한국에 넘기는 식으로 정산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별개로 사이밍턴 청문회에서 포터 당시 주한 미대사는 '한국 내 핵무기 저장 문제와 관련해서' "핵무기를 환영하지 않는 나라가 많지만 박 대통령은 공동 이익을 위해 미국이 필요로 한다면 핵무기의 한국 내 저장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국군 난폭한 행동' 언론 주장과 달라"…'민간인 학살' 내용 포함 안 된 듯**

한편 사이밍턴 청문회에서 당시 포터 주한 미대사는 한국군의 '난폭한 행동'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포터 미대사는 "현재 한국군에 시달되는 지시는 베트콩을 놓칠망정 무고한 시민을 보호할 필요성을 강조 중"이라며 "한국 정부는 난폭한 행위를 묵인하지도 않으며 시정 조치를 취한다고 하지만 언론 주장과 사실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다"고 민간인 학살 등의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사항 등은 빠진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10월 중 베트남전 관련 문서 2200쪽 정도를 별도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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