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산의 총선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의 지역구가 그저 보수의 깃발만 꼽으면 당선되는 곳이었다. 부산진구을의 경우 지난 16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3차례 연속으로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후보자가 당선됐으나 모두 초선을 지내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좋은 자리를 보전받아 가는 등 표를 행사한 시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에서도 이곳에 후보자를 지속적으로 내세웠지만 매번 고배를 마셔왔다. 다만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바로 옆 지역구인 부산진구갑에 김영춘 의원이 당선되면서 보수가 독점해 온 지역의 높은 벽을 처음으로 허물었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대표적 친문인사인 류영진 문재인 정부 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진구을 후보로 확정되면서 중앙당에서도 상당한 무게감을 가진 두 지역 후보자들의 호흡이 만들어 낼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다.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프레시안>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당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며 "대통령도 부산시장도 민주당이다. 이번 총선에서 저를 뽑아주신다면 제대로 된 진구 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아래는 류영진 부산진을 예비후보와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과거 비례대표로 출마를 제외하면 지역구는 처음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류영진 : 지난 2011년부터 문재인 대통령, 최인호 시당위원장과 인연을 맺고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선대본부장을 같은 해 대선 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에 최인호 의원과 같이 선거에 모였던 사람들을 다음 선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이루미산악회를 만들었다. 제가 회장을 맡고 최인호 의원이 총무를 하면서 의기소침해 있는 당원들의 결속을 높이고 부산의 전 민주당 지지자들을 모아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서 부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지원과 유세를 도우면서 당의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현재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는데 처음부터 선거를 도왔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대로 국정이 돌아갈 수 있겠냐는 걱정과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지키고 성공적인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편하게 지낼 수도 있었겠지만 저라도 나가서 문재인 정부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프레시안 : 부산시약사회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초대 식약처장을 역임하면서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류영진 :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할 때 서로 인사를 하는 사이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1987년 당시 제가 통일민주당 부산시당 회계책임자를 했었다. 그때 부산시 선거관리위원 한 명을 위촉할 수 있어 노무현 대통령을 위촉하게 됐는데 대우사태에 대한 개입 문제로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공명선거감시단이라는 시민단체를 조직하게 됐었다. 그리고 1987년 대선을 치렀다. 그 이후 중선거구에서 소선거구가 되면서 후보자들이 많이 필요해지면서 노무현 변호사가 1988년 통일민주당 입당하게 된다.
그리고 1990년 3당 합당할 때 저는 김정수 의원과 함께 있었다. 그분이 3당 합당을 하는데 저는 못 간다고 말했다. 인간적으로 김정수 의원이 선배이지만 정치적으로는 3당 합당이 잘 못 됐다고 판단했기에 출세하기 위해서 따라가는 것은 도저히 양심에 허락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정치를 떠나서 약사로서의 본업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에 처음 나왔을 때 약사 지지 선언 등을 통해 외곽에서 지원을 했고 부산시약사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와 연을 맺게 됐다.
그당시 민주당의 당세는 형편없었다. 하지만 지역감정을 없애고 경쟁하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지원했다. 일부 양심선언을 하는 교수들 외에는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었다. 그래서 약사회장으로서 민주당을 돕기로 마음을 먹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총선에서 거듭 패배했지만 지지는 절대 철회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어려울 때마다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고 단결을 위해 만든 체육대회에서는 회장으로 추대돼 당원들의 결속력을 이끌었다.
프레시안 : 같은 당에서 김승주 후보와의 갈등도 있었으나 경선 끝에 본인이 공천을 받게 됐는데 내부정리는 다 된 것인가?
류영진 : 김승주 약사는 제가 부산시약사회장을 할 때 총무를 했고 부산진구약사회장을 할 때도 지원을 해줬다. 본인의 집과 약국도 부산진갑에 있는데 갑자기 진을로 출마한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는 사실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선배로서 안아주고 싶었고 이번에 당 내부에서 정리할 틈도 없이 불미스러운 내용으로 갈등이 빚어지긴 했으나 함께 일했던 후배로서 그리고 민주당 전체를 위해서 안고 이제는 당선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하겠다.
프레시안 : 부산진갑과 달리 을은 아직 보수진영이 우세한 곳으로 꼽힌다. 현재 지역 민심은 어떤가?
류영진 : 문재인 대통령 선거나 구청장 선거를 보면 오히려 진을 지역이 더 좋다. 민주당 표가 더 많이 나왔다. 우리 민주당을 흡족해하시지 않은 분들이 30% 정도 있다면 반대로 저희 당을 적극 지지 하는 분들도 30% 정도 있다. 문제는 상황에 따라 지지성향이 달라지는 무당층이 어디로 가는지가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다. 아직은 선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예측하긴 어렵다.
선거판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투표 열흘 전부터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요즘들어 제가 느끼기에는 민주당이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질책이 있지만 미래통합당에게도 부정적이거나 비호감과 같은 의견이 많다. 그리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식물정부 상태가 되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위기 상황을 국민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옳은 선택을 하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프레시안 : 상대 후보자는 누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류영진 : 다 일장일단이 있다. 누가 상대하기 좋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누가 나오던지 충분히 해볼 만 하고 지역을 직접 뛰다 보니 느끼는 체감으로서 알고 있다. 저는 20대부터 부산진구에서 살았고 활동했기에 오히려 미래통합당의 많은 사람들과 인연도 있다. 그들을 통해 듣는 이야기도 민주당 상승세를 경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추진하고 싶은 지역구 공약이 있다면?
류영진 : 서면이 갑을로 나뉘어있는데 갑은 초읍을 비롯한 부전시장이나 영광도서 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을에는 전포카페거리부터 젊은이들이 오는 태화백화점이 있어 오히려 을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KT상상마당에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고 앞으로는 철도정비창이 떠나면 이곳을 어떻게 개발할지가 관건이다. 서면은 K-POP, 뷰티, 메디컬 등 다양한 문화 산업들을 발전시켜 세계를 선도하고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찾아와 놀고 즐기며 한국 문화를 배워가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면의 색을 회색에서 초록으로 바꾸는 서면대개조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부산철도차량정비창 이전부지 개발에 대해 부산 시민들을 위한 4차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이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는 정치권의 도움이 절실하다. 정부와 협의하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치인이 꼭 필요하다.
또한 부산의 도심을 관통하는 경부선 철도는 도시균형발전을 왜곡하고 시민들의 이동권을 제한해 생활에 불편을 주고 있다. 우리 부산진구를 지나는 경부선(부전역-부산진역)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공원과 숲길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 서면 거리 위를 가로지르는 복잡한 전선 케이블도 지중화하고 울통 불퉁한 보도 블록을 정비해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
부산진구 상권 활성화도 중요하다. 경부선 철도와 동해선 철도를 연결해 울산과 마산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산진구를 동남권 상권의 중심지로 만들겠다. 부전몰과 서면몰 지하상가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쇼핑환경을 개선하고 상권을 활성화시키겠다. 골드테마거리, 진시장, 평화시장 등 특화된 시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문화컨텐츠가 있는 랜드마크 시장으로 만들겠다.
이와 함께 문화와 여유가 있는 도시로 조성해야 한다. 하수관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동천으로 유입되는 오수를 차단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동천으로 만들어 부산진구를 문화와 여유, 휴식이 있는 도심으로 만들겠다. 지역 곳곳에 대한 세부공약도 준비하고 있으며 지나치는 부산진구에서 머무는 부산진구로 되돌리겠다. 젊은이들이 모이고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행복한 부산진구로 만들겠다.
프레시안 : 만약에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다면 추진하고 싶은 법안이나 정책이 있는가?
류영진 : 지방분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사실 지금은 지방이 황폐화돼 있다. 옛날부터 지방자치를 말하는데 시장, 군수, 구청장만 뽑을 뿐이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는 그 지역에서 난 인재가 그 지역에서 공부를 하고 그 지역에서 취직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지방자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지방자치와 다르다. 대통령께서도 국비하고 지방비 비율을 8대 2에서 6대 4까지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다만 관료들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안다.
교육의 경우에도 사실 국립대학만 고집하는 것도 옳지 않다. 부산도 시립대를 만들어서 부산시에서 예산을 쓰고 최고의 대학으로 키워야 한다. 미국에도 주립대학이 있듯이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비를 늘려서 지방에서 독자적으로 자기가 만든 대학에 학생들이 지원하고 졸업해 취직할 수 있도록 온전한 지방자치제를 만들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생각한다. 요람은 태어나는 것인데 태어났던 곳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을 인재로 키워야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실망하는 부분이 교육의 불평등에서 오고 있다. 우리가 1970년대 학교를 다닐 때는 서울에 갈 필요가 없었다. 부산지역에 있는 대학교를 가면 등록금도 싸고 다 취직이 됐는데 지금은 다 서울로 가는 교육의 불균형이 생겼다. 교육은 출발선이기에 평등하게 어느 지역에서 나왔든지 능력을 펼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 무덤은 죽음을 맞는 것인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같은 복지, 의료 부분에서 정부가 할 역할을 분명히 하고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 문제로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우리 때는 80~100만 명이 태어났는데 지금은 30만 명 수준이다. 사람이 없어 대학도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외국에서 학생을 안 데려오면 유지가 안 되는 형태로 가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에 정부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 여성들도 경력 단절 없이 일을 할 수 있고 보육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도록 정부가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기업이나 회사에도 출근하면서 아기를 회사에 맡기고 퇴근하면서 같이 나올 수 있는 보육 시설에 투자해서 운영하면 특별 감면 세액 지원을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생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예를 들자면 연금관리공단에서 엄청난 돈을 굴리고 있다. 그런데 그돈으로 주식을 사는 비율이 높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서 연금 넣는 사람들이 적어지면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주식은 가치가 떨어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차라리 연금 운용을 애를 놓을 수 있는 환경인 보육시설에 연금공단이 투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를 놓을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지면서 그 애들이 자라서 연금을 내게 되는 미래지향적 방법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류영진 : 우리 지역이 올해 부산시에서 예산을 많이 가져왔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도 부산에서 탄생을 했고 지방선거에서도 압승을 했는데 그전에 오랫동안 보수당이 해오면서 지역 주민들을 쳐다보지 않고 활동을 해왔다. 경쟁을 안 하고 공천을 받다 보니 지역 주민과의 소통도 없었다. 공천받으면 당선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야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지역이 발전하고 경쟁할 수 있기에 국민들이 옳은 선택을 해줬으면 좋겠다.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부산시장도 민주당이니 이번 총선에서 우리 민주당을 밀어준다면 진구의 발전을 이끌어내겠다.
뽑아주셨는데도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옛날과 똑같다면 그때 다시 심판을 해주시면 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와 바뀐 환경에 미리 대응하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법도 정비해야 하는데 그런것들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한 번 믿어주시고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남았는데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저희가 소수당이 돼서 독자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대통령과 정부는 식물정부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는 것을 국민들이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다음 대선 때 심판하실 수 있다. 진구민들께서 저를 선택해 주신다면 그 기대에 부응해 지역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다.
취재 : 김진흥, 박호경, 홍민지,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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