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총선까지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이 단 1명밖에 선출되지 않아 여성 정치인들에게는 '무덤'으로 불리는 부산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가오는 21대 총선 예비후보자로 벌써 40여 명의 여성 후보자들이 등록을 마치고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지난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보수 중심의 정치지형에 균열이 생기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여야 각 정당에서도 젊고 참신한 여성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기존 남성 정치인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부산 수영구에 출마한 강윤경 변호사는 젊은 피의 정치 신인이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키워왔다. 그녀는 곧바로 지역위원장까지 맡으면서 이번 총선에서 3선의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위원장 유재중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레시안>과 만난 강윤경 예비후보는 '수영구 토박이로 진정한 수영 사람, 참신하면서 능력 있는 새 인물'이란 슬로건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을 전했다.
아래는 더불어민주당 강윤경 부산 수영구 예비후보와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정치활동을 시작한 후 첫 선거를 준비 중이다. 본인을 소개한다면?
강윤경 : 더불어민주당 수영구지역위원회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총선 출마를 위해 잠시 지역위원장직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름 성공한 변호사가 됐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내 고향 수영과의 소통에 마침표를 제대로 찍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지난 1974년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서 태어나 배산초등학교, 망미여자중학교, 부산동여고등학교에 이어 부산대 사법학과를 졸업해 지역 토박이라 표현할 수 있다. 뒤늦게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올라가 다섯 번 도전한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서초동에 법무법인을 개업했고 부산사무소도 열었다.
정치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오거돈 부산시장과의 인연이다. 부산 출신 민주당 인사들과 서울 출향 인사 모임에서 맺은 인연으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캠프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한 해 동안은 부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과 함께 가덕신공항 유치활동을 통해 1인 릴레이 시위, 국토부 항의 방문을 진행해 오면서 부산에서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2018년 지방선거 때 오거돈 부산시장 선거캠프에서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국회의원 선거까지 출마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강윤경 : 변호사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고향을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금 부산은 서울에서 표현하자면 어촌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수영구가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뿐만 아니라 이제는 수영구도 변해야 되고 발전해야 한다. 학교 다닐 때 사회참여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더 공부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려 한다. 법 테두리 안에서 갈등 조정자 역할로써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변호사가 됐고 이젠 그런 법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내가 정치를 하려는 이유이다. 특히 수영구가 배제돼 있다는 것에 대해 핵심 문제의식이 출발했다. 결국은 정치와 행정의 문제다. 보수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한 것과 이를 바꿔보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 이번 선거를 출마하게 된 가장 큰 계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변호사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제가 물론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보면 이런 분들이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이 든다. 여성이 제일 잘 되는 게 소통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여성정치인들이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에게 부각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소위 남성은 패거리 정치한다는 표현을 써서 안 좋은 쪽으로 비춰지는 면도 많다. 하지만 여성은 각계 소통을 하면서 패거리 문화를 만들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고 현재 정치에도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라고 본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라도 여성 정치인의 장점이 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저는 오거돈 시장과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대변인을 맡아 처음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누군가의 추천이 아니라 모임을 함께 하면서 대화를 하게 됐는데 저의 가치관에 대해 공감하시고 부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높이 평가하신 것 같다. 그 이후 인수위원회에 들어가서 현재 지역에 있는 많은 공기업 대표들과 함께 부산의 미래 그림을 그리는 데 함께 하게 됐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제가 부산시에 있는 현안과 더불어 수영구의 현안을 같이 풀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최근 유재수, 조국 사태로 부산에서 민주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출마를 선언한 수영구는 보수진영이 강세인 곳인데 본인이 바라본 지역 민심은 어떤가?
강윤경 :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 거의 맞다. 우리 지역의 밑바닥을 훑고 다닌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작년에 태풍처럼 휘몰아쳤던 민주당의 지지는 식은 것 같다. 그렇지만 또 다르게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예전처럼 민주당을 함부로 대하거나 안된다고 하는 분은 없고 열심히 해라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다. 전폭적인 지지는 아니지만 민주당이 잘하면 또 한 번의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 민심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민주당 심판하겠다는 말씀을 하기보다는 한국당 열렬히 지지하지 않으니깐 민주당이 한 번 더 제대로 된 약속을 하거나 실현해내면 다시 지지하겠다는 민심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러나 수영구는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소재지여서 그런지 오랜 기간 동안 보수 강세 지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놓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전인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록 민주당이 패하긴 했지만 당시 선거에서 국민의당 배준현 후보가 출마하면서 3자 구도를 형성했음을 감안할 때 당시부터 수영구에서도 정지지형 변화의 조짐이 시작됐다고 본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봤듯이 수영구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수영구민의 민심이라 생각한다. 실제 지역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도 일 잘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굉장히 높다.
프레시안 : 민주당에서는 김성발 전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중앙에서도 후보자가 내려오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 당내 경쟁은 어떻게 치뤄나갈 생각인가?
강윤경 : 저를 지지하는 분들도 계시고 김성발 전 지역위원장을 지지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당원들의 모든 뜻은 경선을 거치든 경선을 거치지 않든 후보자가 정해지면 원팀으로 힘을 합하자는데는 마음이 일치되어 있다. 그런 장점을 내세우면 이길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분열되면 보수를 이길 수 없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지역 내에서 같은 당 예비후보끼리 고소고발을 하는 등 관련 당내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저는 자유한국당과 경쟁하면 이런 고소고발이 더욱 많아질 텐데 그것에 대한 준비도 될 수 있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잘 봉합되서 원팀으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늘 그래왔듯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 또한 수영구 토박이고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진정한 수영 사람, 참신하면서도 능력 있는 새 인물이라는 것이 나의 강점이다. 이러한 나의 강점들을 최대한 살려 당내 경쟁에 최선을 다하겠다.
프레시안 : 본선에 나간다면 3선의 한국당 유재중 의원을 상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서로의 경쟁력을 따져본다면?
강윤경 : 국회의원만 3선, 구청장도 2번 하셔서 노련하시고 인지도 부분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 어떤 큰 그림을 그려서 노련하다는 것이 아니라 30년의 정치 활동을 했으니 저보다 노련하고 그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 지금 수영구민의 민심은 노련함도 좋지만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30년 동안 같은 흐름에 있는 후보자들이 늘 당선이 돼 왔기 때문에 실력 있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인물이 수영구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이다. 그런 면에서는 제가 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수영구의 인구 구성을 보면 여성 인구가 더 많은 지역이다. 내가 여성 후보라는 점도 나름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유재중 의원을 보면 지역에서만 활동을 많이 하시다 보니깐 그분의 한계를 주민들이 잘 안다. 지역 활동을 잘하는 것도 좋은데 중앙의 활동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수영구 주민들은 큰일을 하라고 한다. 이런 부분을 제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유재중 의원의 장점이자 단점이 또 저에게도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반대되는 대척점에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변호사라는 장점을 살려 수영구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에 대해 최근 직접 전면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고 쌓은 지역의 문제점이나 발전 계획이 있다면?
강윤경 : 지난해 수영구 관내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회센터 공중화장실에서 새어 나온 유독가스 황화수소 때문에 숨진 피해자 여고생 사건이 발생했는데 지역에서 제일 큰 사건이었다. 현재 수영구청은 과실에 대한 업무상 주요 위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화장실이 1998년 공중화장실로 편입된 이후에 청소나 비품 관리만 했을 뿐 20년 넘게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수영구청 측은 오수처리시설 관리책임은 건물 관리인에게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망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이다. 30년간의 정체에서 비롯된 책임 정치의 실종이 불러온 문제다. 이러한 수영의 정체된 현실을 바꿔 보겠다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좀처럼 그들의 약속대로 되진 않은 것 같다. 현재 제가 유족의 고소대리를 맡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앞으로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이런 사건이 지역 내에서 가장 큰 어떤 이슈가 될 정도로 수영은 잔잔하다. 잔잔한 게 좋을 수도 있지만 이런 흐름에서는 변화가 생길 수 없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이 보다 나은 수영을 만드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지역경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시점에서도 수영의 미래를 위해 제시된 뚜렷한 청사진은 없는 것 같다. 수영은 실제로 산업지도 아니고 단순히 주거나 관광지다 보니깐 법적인 이슈는 많지 않다. 광안리 해변 같은 경우에도 정비가 많이 됐긴 하지만 오수처리도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다. 수영구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정부 차원에서 해결되도록 것이 내가 해야 되는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먼저 광안리해수욕장 재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싶다. 현재 제대로 된 정비가 안 돼 있는 상태라 나열식으로 된 상점이나 호텔이 아닌 해운대 같은 특색 있는 해변으로 만들겠다. 소상공인들이 상점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한 카테고리로 묶어서 누워 있는 호텔을 추진하고 싶다. 즉 호텔이 직각형의 시설물들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호텔을 눕혀서 각계의 상점들을 한 호텔처럼 묶어 광안리에만 있는 테마를 가진 상점과 가게를 묶어보고 싶다. 이어 광안리해수욕장을 부산 빛의 도시로 재탄생 시키겠다. 매일 밤 정해진 시간에 레이저 쇼를 연출해 사계절 광안대교 야경과 함께 레이저 쇼 관람을 부산 관광 필수 코스로 선정되도록 하겠다.
이와 함께 좌수영성 성곽 복원 사업을 조기에 추진하겠다. 일제강점기 때 사라졌던 성내 우물과 사대문 등을 복원하고 필요시 국비확보를 통해서 사적지를 보유하고 있는 수영 주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학생들의 교육현장으로 활용되도록 하겠다. 또한 수영에 있는 금련산 청소년수련원이 오래되다 보니 시설이 낙후되어 있어서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금련산 수련원과 남구 UN기념공원을 연계해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올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수영과 센텀을 잇는 수영강 인도교 재조성도 생각 중이다. 사람 중심의 보행 정책을 상징하는 동부산권 보행랜드마크 조성사업으로 수영 주민들의 보행 편익증진과 관광산업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골칫거리로 부상한 남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케이블카를 포함한 공공재를 훼손하는 난개발은 반대한다. 이 문제는 주민들이 제일 반대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어차피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남구나 해운대구는 자연환경 훼손을 제외하고 무슨 득을 보는 것인지 모르겠고 수영구 주민들도 조망권이 훼손되고 주차나 교통난만 더 가중된다고 생각해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다. 만약 불가피하게 부산시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하면 수영구는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프레시안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윤경 : 모두에게 행복하고 활기 넘치는 부산을 소원한다. 동시에 모두에게 감동이 되는 도시 수영을 만들겠다. 예비후보로 활동을 하고 있는 요즘 하루하루가 우리 수영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많은 분들을 만나 이야기 듣는데 애틋함이 더 해지고 더 확신이 든다. 지금의 이 도전은 참 잘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영 토박이 강윤경이 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
취재 : 김진흥, 박호경, 홍민지,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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