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가로막힌 청와대 앞 문중원 유족 108배

문 기수 유족과 시민대책위, 청와대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

청와대로 가는 길이 막혔다. 경찰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08배를 하려한 문중원 기수 유족들을 막았다.


애초 문 기수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28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날 진행된 천막 철거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유족 폭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108배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청와대 면담과 항의서한 전달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경찰에 막힌 유족 등은 이날 청와대에 항의서한만 전달할 수 있었다.

▲ 경찰 앞에서 길을 열어달라며 항의하고 있는 문중원 기수 아버지 문군옥 씨. ⓒ프레시안(최형락)

108배는 안 된다는 경찰, 항의하는 유족


이날 종로경찰서는 유족들의 청와대 앞 108배를 불법집회로 규정했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시각, 효자동치안센터 앞에서는 경찰이 통행자 신원을 조사 중이었다. 신원을 확인받고 들어간 청와대 분수대 앞에는 40~50명이 탑승할 수 있는 경찰버스 20여 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경찰은 문 기수 아버지 문군옥 씨, 장인 오준식 씨 등 유족과 시민대책위가 108배 관련 물품을 들고 들어가려하자 "108배는 안 된다"며 출입을 막았다.

그렇게 대치 상황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경찰은 청와대 면담을 위한 소수 대표단만을 청와대 쪽으로 들여보냈다. 대표단은 청와대에 준비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이전에는 구호를 외치는 기자회견도 집회로 보더니 지금은 108배도 집회로 본다. 기준이 모호하지 않느냐"는 등 항의를 했지만 청와대는 "청와대 분수대 앞은 종로경찰서 관할이며 종로경찰서는 108배를 집회로 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파견된 종로경찰서 정보관은 "매일 하는 108배는 순수한 기자회견으로 볼 수 없어 막는 것"이라며 "청와대 인근 100m이기 때문에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청와대 앞 집회 원천봉쇄

경찰이 근거로 든 집회및시위와관련한법률 제11조는 대통령 관저 등의 100미터 이내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한다.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옥죈다는 이유로 위헌 논란이 있다. 같은 조항의 국회, 국무총리공관, 법원 등 인근 집회 집회에 대해서는 2018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앞에서는 집회가 있어왔다. 이를 원천봉쇄한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108배와 기자회견 모두 사회자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같은 수의 인원이 입을 다문 채 진행하는 것인데 코로나19 방역이 이유라면 차이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보관은 "경찰은 한 번도 방역 상 문제로 막는다고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양한웅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종교 행사인 108배가 왜 안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108배를 하려는 유족이 그걸 못해서 울어야 하나"라고 말했다.

"90일 내내 외면한 정부, 폭력을 행사했다"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무엇보다 우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고 문중원 기수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전달한 바 있었으나 90일 내내 정부는 외면으로 일관해왔다"며 "그러더니 코로나19를 핑계로, 서울시와 종로구청을 동원해 추모공간을 처참하게 철거하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전날 진행된 천막 철거를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그들을 연행하던 2014년부터 촛불항쟁 이전까지의 모습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라며 "그 잔인한 정부는 결국 2016년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힘으로 탄핵 당했고, 그 촛불을 계승한다고 공언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똑같은 폭력을 행사하니 더 비통하고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오후 3시 현재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방향 도로에서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저녁 7시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문중원 열사 추모 문화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경찰 앞에 서있는 문중원 기수 장인 오준식 씨.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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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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