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도 그들이 계속 싸우는 이유

설 연휴 전날 거리로 나선 톨게이트 노동자와 문중원 기수 유족

설 연휴 전날에도 서울 도심에서는 오체투지 행진과 추모문화제가 있었다.

1500명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오체투지로 땅바닥을 기며 23일 청와대로 향했다.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장과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영업소지회장의 단식도 7일째다.

이날 저녁에도 고 문중원 기수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는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의미를 담아 문중원열사시민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연다.

그간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마사회의 입장 표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공은 두 수납원이 곡기를 끊은 17일 '해제조건부 근로계약'이라는 안을 제시했다. 김낙순 마사회 회장은 22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 기수 죽음 이후 두 번째 '경마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두 사업장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 쟁취하자'고 싸워왔는데 동료에게 고용 불안 꼬리표 붙일 수 없다"

도공은 지난 17일 해고 상태인 요금수납원의 고용과 관련해 '해제조건부 근로계약' 안을 발표했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계류 수납원을 직접고용하되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 따라 승소한 수납원은 고용을 유지하고, 패소한 수납원은 고용을 해제한다는 것이다.

도공은 2015년 이후 불법파견 요소를 제거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으나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주훈 민주일반연맹 기획실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도공은 작년 8월 29일 대법원 재판 당시 입사 시기, 근무 장소, 근무 여건 이런 게 다 다르다는 주장을 펴며 개별적으로 직접고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에서 도공의 주장을 배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실장은 작년 12월 6일, 4500여 명이 포함된 김천지원 재판 선고를 예로 들며 "이때도 재판부가 대법 판결을 인용하고 'SNS나 유선상으로 도공이 수납원에게 작업 지시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2015년 이후 입사자 불법파견 제거' 주장을 배척했다"며 "도공은 또다시 2019년 10월 5일 변론이 마무리된 재판의 선고를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해당 재판은 12월 6일 재판과 똑같은 법원의 똑같은 판사가 하는 재판"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해제조건부 근로계약을 들고 나온 것은 도공이 끝까지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함께 싸우고 함께 쟁취하자'는 구호로 싸워왔는데 2015년 이후 입사자에게 고용 불안 꼬리표를 붙이고 들어가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오체투지. ⓒ프레시안(최형락)

"마사회의 경마제도 개선안, 내부 구조 개선 위한 근본적 성찰 없다"

김낙순 마사회 회장은 지난 22일 고 문중원 기수 죽음 이후 두 번째로 '경마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 1위 상금을 57%에서 55%로 줄여 상금 배분 격차 완화 △ 기수 기승료 회당 12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증액 △ 조교사, 마필관리사 출전장려금 지급 대상을 8위에서 9위로 확대 △ 비리신고 포상금 1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증액 △ 마사대부 심사 외부평가위원 비율 20%에서 50%로 변경 등이 담겼다.


김 회장은 경마제도 구조 개선과 관련 "당사자들과의 협의 문제로 한 번에 모든 걸 다 바꿔내기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며 "미진하지만 점진적으로 이행해 3년 뒤 납득할 만하게 고쳐 놓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마사회의 경마제도 개선안을 두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안"이라고 평가한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애서 "1위 상금에서 2%를 떼서 2, 3위에 주면서 승자독식 해소 안이라고 내놓은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말로 승자독식구조를 완화하려면 기수가 순위에 들지 못해도 일정 정도 생계비를 받을 수 있게 해 갑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리 신고 포상금 증액을 두고도 문제의 근본은 해결할 생각 없이 곁가지만 건드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갑질 구조는 그대로 두고 포상금만 올린다고 비리제보가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칫 공익제보자의 신분이 노출될 경우,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미흡한 것도 문제다.


이번에 새롭게 포함된 마사대부 외부심사위원 비율 확대는 이미 노사간 교섭 과정에서 나온 안이라는 지적이다. 노조에서는 교섭이 끝나기 전에는 외부에 내용을 발설하지 않도록 한 약속을 깨고 마사회에서 먼저 언론에 공개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보면 마사회 내부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서 나온 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만에 하나 교섭이 잘 안 될 경우 '마사회는 필요한 조치를 다 취하고 노력했다'는 식으로 면피하기 위해 만든 안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전했다.


도공의 대량해고도, 문 기수의 죽음도 이미 지난 해의 일이 됐다. 그러나 설 연휴 전인 오늘까지도 요금수납원과 문 기수 유족은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르지 않는 공공기관과 연이은 죽음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 공기업이 그들 앞에 서 있다.


▲ 문 기수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울고 있는 부인 오은주 씨.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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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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