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떻게 수소가 인간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기원 이야기가 있다. 성서의 창세기,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이아와 우라노스, 힌두교의 창조신 브라흐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이야기들은 우주와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를 각각의 이야기로 전한다.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기원 이야기도 있다. 빅뱅부터 현재까지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하나의 지식 틀로 통합하는 작업인 '빅 히스토리(Big history)'다.
앞서 이야기한 기원 이야기와 빅 히스토리 간에는 차이가 있다. 과학적 방법으로 얻은 경험적 지식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과 물리학에서부터 생물학과 지질학은 물론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성과가 빅 히스토리의 바탕이 된다.
<세상이 궁금할 때 빅 히스토리>(신시아 브라운 지음, 이근영 옮김, 해나무 펴냄)는 빅 히스토리를 대중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신시아 브라운이 해당 주제를 다룬 책 중 국내에 소개되는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가능한 아주 명쾌하고 쉽게 빅 히스토리를 설명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교육학 박사인 저자는 실제로 수년간 고등학생에게 세계사를 가르쳤고, 고등학교 교사 양성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주의 탄생부터 인간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138억년에 이르는 방대한 시간을 다루려면 어떤 시기를 택해 이를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빅 히스토리 연구자들은 우주의 역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나는 시기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 시기를 임계국면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책에서 8개의 임계국면을 제시한다. 빅뱅, 은하와 별의 탄생, 무거운 화학 원소의 등장, 태양계의 탄생, 생명의 탄생,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농업의 시작, 산업화다.
저자는 각각의 임계국면을 다루며 '우주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다양한 원소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지능이 있는 생명체가 탄생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농업의 시작으로 인류는 더 행복해졌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 뒤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에 답한다. 학자들이 여전히 답을 찾으려 애쓰는 질문이 무엇인지도 설명한다.
동시에 저자는 새로운 것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조건을 탐구한다. 농업의 시작을 예로 들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기온이 빠르게 올라간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빙하기의 거대한 동물이 사려저서 농업이 필요해졌을 수도 있다.
이후 인구가 증가하고, 수렵채집을 할 때에 비해 인간의 삶에서 자연세계보다 문화세계의 중요성이 커지며 농업 지역에서 도시가 등장했다. 도시가 조직화되며 국가가 형성됐고 국가가 다른 국가를 정복하며 제국이 나타났다. 초기 국가와 제국 중 일부는 훗날 문명으로 칭해졌다.
저자는 임계국면을 중심으로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살펴본 뒤 '우리는 새로운 것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희박한 확률을 뚫고 탄생한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빅 히스토리는 내가 우주의 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행성 지구에 복잡한 생명체를 위한 골디락스 조건들이 존재하는 시점에 살고 있다. 어쩌면 우주의 다른 행성에도 그 조건이 존재할지 모른다. 그 조건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이 특별한 시간이다."
옮긴이 이근영은 프레시안언론협동조합의 경영대표를 맡고 있다. 옮긴이는 그간 <시간의 지도 : 빅 히스토리>(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심산 펴냄)와 <빅 히스토리 : 빅뱅에서 현재까지>(신시아 브라운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를 번역하는 등 빅 히스토리를 한국에 소개하고 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제2회 유미과학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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