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관리자의 갑질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다 목숨을 끊은 철도 노동자의 유족이 "한국철도공사가 고인의 죽음에 대한 내부 감사를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고(故) 정모 씨의 유족과 전국철도노동합은 8일 철도공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정 모 조합원에 대한 철도공사 감사 보고서가 동료들의 관련 진술은 일체 무시하고, 관리자들의 입장만 담아 결국 철도공사 경영진의 책임 회피 수단이 됐다"며 "철도공사는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감사 재조사를 시행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고인인 정 씨는 작년 11월 11일 세상을 등졌다. 유족과 철도노조에 따르면, 생전에 정 씨는 자신에 대한 일방적 인사 발령에 저항했다가 근무기준 강화, "앞으로 직원들에게 잘해 줄 필요 없이 규정대로 밟아줘야 한다"는 사업소장의 막말 등 갑질이 시작됐다며 괴로워했다.
경찰도 작년 11월 29일 정 씨의 죽음에 대해 내사결과 보고서에서 '부당한 인사 발령과 치욕적인 송별회 자리, 인사 철회 후 더욱 강화된 복무 지시 등으로 같은 시설반 동료에게 피해가 가는 것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했다.
철도공사 감사실의 결론은 유족과 노조의 주장은 물론 경찰 내사결과와도 결이 다르다. 감사실은 작년 12월 20일 정 씨 죽음에 대한 감사 보고서에서 '사업소장의 전출 후보 추천으로 정 씨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사료되나, 시설 지부장과 정 씨의 의견을 참작해 전보에 이르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사회통념상, 근로기준법상 직장내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작년 11월 16일 유족과 철도노조, 철도공사는 경찰 내사결과와 내부 감사결과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산재처리 적극 협조 등에 합의했다. 그런데 합의 이행의 첫 단계인 내부 감사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고인의 손위처남인 김 모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내부 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같이 일하는 직원들 진술서라고 보는데 반영이 전혀 안 된 부분이 유감이고, 내부감사에 직장내괴롭힘이 아니라고 명시하면서 고인의 산재처리 과정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철도공사가 공신력 있는 경찰 내사결과를 반영해 책임 회피하지 말고 사실에 근거해 재조사하고, 관계자와 그들을 감싸려했던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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