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고 문중원 기수, 계속되는 유족들의 싸움

유족과 노조, 문 기수 죽음의 진상 규명 및 '유족 폭행' 경찰의 사과 요구

고 문중원 경마기수가 조교사의 부정 경마 지시와 마사회의 불공정한 마방 배정 시스템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난 지 32일이 지났다. 두 아이의 엄마인 고인의 부인을 비롯한 유족은 지난 27일부터 정부 서울청사 앞에 문중원열사시민분향소를 차리고 농성을 하고 있다. 분향소 옆에는 문 기수의 시신을 담은 운구차가 대져 있다. 일터의 문제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천막을 지키며 연말을 보내고 있다.

문 기수 천막 농성 4일차인 30일, 민주노총이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문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및 '유족 폭행'에 대한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성 천막에서 분향소를 지키던 유족도 함께했다.

문 기수의 장인인 오준식 씨는 "우리 중원이가 차가운 시신이 된지 한 달하고도 이틀이 지났다"며 "마사회는 고인과 유족을 위로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는 냉혈인간들로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 씨는 "마사회는 기수가 개인 사업자라서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데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라며 "개인 사업자가 마사회의 제재 등 제약을 받고, 조교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정년을 두고 일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말했다.

오 씨는 마사회의 '경마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도 "사고는 부산경남경마장에서 났고, 그동안 부산에서만 7명이 죽어나갔다"며 "그런데도 서울과 제주의 기수 몇몇 모아놓고 상생한다고 위장술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사회의 '경마제도 개선안'은 △ 승자독식 상금구조 개편 △ 기수의 기승횟수 제한을 통한 출전 기회 확대 △ 외(外)마사 도입을 통한 조교사 취업 기회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조교사에게 찍혀 출전할 수 없는 기수는 여전히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고, 마사회 외부에 마사의 수를 늘리는 것은 경쟁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조교사의 갑질을 방지하고, 기수의 생계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문중원을 살려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쳐진 운구차 옆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경찰이 고인의 운구차를 손으로 잡고 흔들고 견인하려 했다"

오 씨는 서울 정부청사 앞에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고인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들어오던 27일, 경찰의 대응에 대해서도 울분을 터뜨렸다. 당일 유족과 노조는 시민분향소 옆에 운구차를 대려 했다. 경찰이 이를 막으며 3시간여 동안 양측의 대치가 이어졌다.

오 씨는 "21일 마사회에서 고인 부인을 발로 차고 목을 조른 경찰이 27일에는 고인이 안치된 운구차를 손으로 잡고 뒤집을 듯이 흔들고 견인차로 견인하겠다고 했다"며 "고인과 유족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열사가 석장에 가까운 유서에서 부정 경마 지시 등 마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떠났고, 그래서 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례를 미루며 서울로 올라온 유족에게 경찰이 어찌 이럴 수 있나"라며 경찰의 대응을 강하게 성토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유족과 노조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경찰청에 전달했다. 이후에도 유족과 노조는 문중원열사시민대책위와 함께 분향소를 지키며, 분향소 앞에서 매일 저녁 촛불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 문중원열사시민분향소에 안치된 고인의 영정과 유품.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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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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