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기수는 개인 사업자가 아니다

[기고] 기수의 형식상 개인사업자 지위와 표준 기승계약의 문제점

2019년 11월 29일 2시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중원 기수의 유서에는 "모든 조교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 "이런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했고 비가오던 태풍이 불던 안개가 가득찬 날에도 말위에 올라가야만 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무엇이 기수들에게 위와 같은 부당한 지시를 감수하도록 하는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기수를 형식상 개인사업자라고 보는 것이 문제이다. 1993년 경마 시행처인 마사회 단일 마주제가 개인 마주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마사회가 고용했던 조교사들은 개인 또는 집단 마주와 위탁관리계약을 맺고 마사회로부터 마방을 임대받아 경주마를 관리하는 자영업자로 전환되었다. 역시 마사회 소속이었던 기수도 조교사와 기승계약을 체결하고 경마에 참가하는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신분이 전환되었다.

그런데 실제 기수들의 근무 실태는 이렇다. 조교사는 언제 어떻게 말 훈련을 시킬지 정해서 기수에게 알려주고, 기수는 말 훈련 내용과 시간을 기수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기수가 조교사의 지시에 반하여 훈련을 하는 경우 조교사가 기승계약을 해지하거나 실제 경주에서 기수를 말에 태우지 않는다. 기수는 조교사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조교사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한다. 기수는 실제로는 개인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3자를 고용하여 기수 업무를 하게 할 수 없다. 노무 제공의 대가로 기승료와 경마상금 등을 받는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상 근로자인지를 판단할 때 계약의 형식이 아닌 근무 형태의 실질을 기초로 판단한다. 기수의 근무 실태를 보면 기수는 개인사업자라고 보기 어렵고, 조교사와의 관계에서 종속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수들은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실질에 따라 보장받아야 할 법적 보호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한편, 기수가 조교사와 체결하는 표준 기승계약서의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표준 기승계약서는 조교사 지시에 대해 기수가 해야 할 의무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고 기수의 권리에 대한 규정은 별로 없다. 기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경주 기승 및 조교 보조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어느 경우가 정당한 사유인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기수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불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어느 경우가 부당한 지시인지 규정되어 있지 않고, 실질적인 종속관계로 인해 소위 잘 나가는 기수를 제외하면 부당한 지시라도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수가 부상으로 인하여 장기간 경주마 조교 및 기승이 불가능한 경우 조교사는 계약 기간 중에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기수기 일하다 다치면 조교사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에 대해 기수는 계약서상으로는 아무 대응을 할 수 없다. 이처럼 표준 기승계약서의 내용은 기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성되어 있다.

이처럼 기수는 형식상 개인사업자이나 실질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이다. 그럼에도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의 보호로부터는 벗어나 있다. 이러한 실태가 고인이 유서에 남긴 고통의 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수에게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찾아 주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아 주는 것이 고인이 유서에 남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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