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가이자 저항가, 목사 김경남 지다

"제3의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

고(故) 김경남 목사(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 창립준비위 공동대표)가 22일 새벽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그동안 심혈관질환 등으로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인천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4일이다. 장지는 5.18 국립묘지로, 고인은 2005년 5.18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고인은 종교인이자, 일생을 민주화에 헌신한 운동가였으며 저항가였다.

고인은 해방 후인 1949년 9월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나 박정희 유신독재 치하에서 10대와 20대를 보냈다. 광주일고 졸업 후 1970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 서울대 후진국사회문제연구회(후사연) 멤버로 저항운동에 첫발을 내딛었다.

1974년 한신대에 편입한 그는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철폐를 위한 기독학생단체 '전국기독교 청년연합회'를 조직했다. 그해 4월 3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확립하라! 우리는 이러한 우리의 결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죽음을 각오하고 외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의 한신대 시위 결의문 초안을 작성하는 등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활동에 적극 가담했다. 결국 긴급조치 위반 내란음모로 징역 12년(비상보통군법회의)을 받았으며, 이듬해 12월 제적당했다.

고인은 그러나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1979년 11월 24일 '명동 YMCA 위장 결혼' 사건 관계자로 다시 구속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YMCA 위장 결혼 사건은 박정희가 암살된 10.26 후 들불처럼 번졌던 대통령 직선제 요구 시위 중 하나다. 당시 재야인사들은 계엄령이 발동된 상황에서 군부와 경찰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결혼을 가장해 민주화 요구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사건으로 현장에 있던 140명이 불구속 입건되었으며, 윤보선, 함석헌 등 주동 인물 14명은 보안사령부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 故 김경남 목사.(유튜브 화면 갈무리)

고인이 본격 종교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982년으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선교교육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그는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총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사회국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장 및 사업본부장,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일본 도쿄자료센터 소장으로 1986년부터 1992년 3월까지 4년 반을 독일과 일본 등 해외에 체류하며 한국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렸다.

민주화 이후 도시 빈민·산업 선교 활동과 인권운동을 이어가던 고인은 1998년 전라북도 무주에 대안학교인 푸른꿈나무고등학교를 설립,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무 역시 기꺼이 떠안았다.

고인은 2013년 2월 심혈관질환으로 쓰러진 뒤에도 집필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2015년 "나는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애써주신 국내외 모든 분들에게 이 '보은기(報恩記)'를 바치고 싶다"며 책 <당신들이 계셔서 행복했습니다>를 펴냈으며, 한국 민중운동에서의 한(恨)의 역학을 담은 책 <열사의 탄생>(마나베 유코 지음, 민속원 펴냄)을 번역했다. 그 외 번역서로 <당신의 손이 아직 따뜻할 때>(에토 준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가 있다.

고인은 올해 봄 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 창립준비위 제9차 전국회의에서 공동대표를 맡는 등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이들에 대한 '보은'을 마지막까지 수행했다.


고(故) 김경남 목사는 2016년 2월 <당신들이 계셔서 행복했습니다> 출간기념회에서 "민주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민주화운동을 펼쳐야 하는 순간"이라며 제3의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3의 민주화운동, 이제는 고인의 '보은'을 입은 이들의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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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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