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벌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단순히 학교를 빠져나가던 학생까지 징계 대상자라며 진술서 제출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4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동덕여대는 지난 9일 학생 10여명을 대상으로 '관현악과 졸업 연주 방해 및 성명서 낭독 강요 사건'에 관여해 징계 대상이 됐으니 심의에 사용될 진술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학교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해 11월 12일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대자보 부착, 건물 점거 등 집단행동을 벌이던 학생들과 졸업 연주회를 진행하려는 관현악과 교수 및 학생 간 의견 충돌로 벌어진 대치를 말한다.
당시 대치에 참여한 학생 측 설명에 따르면, 졸업 연주를 담당하는 A 교수는 대치하던 학생들과의 논의 끝에 공연 시작 전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읽기로 했다. 이후 시위대 측에서 입장문 낭독을 촬영하거나 녹음할 수 있는지 묻자 A 교수는 '나를 믿지 못하느냐'며 무릎을 꿇었다. 당황한 시위대는 무릎을 꿇고 교수에게 수차례 사과한 뒤 낭독을 기록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는 "있어서는 안 될 반인륜적 행위"가 일어났다며 사건 관여자들에게 근신, 정학, 제적 등의 징계를 예고했다. 또한 총학생회, 페미니즘 동아리, 단과대학 중앙운영위원회 대표들과 일부 극단적 학생들이 이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당시 사건의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학생들을 처벌하기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치에 관여하지 않은 학생까지 징계 대상이라는 공문을 받았으며, 마찬가지로 학교가 대치에 관여하지 않은 학생단체들을 주동자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측 내용증명을 받은 학생 B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음악관에서 대치가 있던 날 수업 진행 여부를 확인하려고 등교했다가 학교 정문으로 나갔을 뿐인데 사건에 관여됐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공문에 이름도 잘못 적혀 있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고 보낸 건지 더욱 의문"이라고 했다.
페미니즘 동아리 소속 C 씨도 "총력대응위원회 소속이던 나와 동아리 회장이 대치 중간에 사태를 파악하고 30분간 중재를 시도하다 자리를 떴으며 다른 부원들은 당시 음악관에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미 수차례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학교는 우리 동아리를 포함해 공식적인 단체가 사건을 주도했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교 측이 보낸 내용증명은 각 단체 또는 학생들의 구체적인 관여사항 없이 '귀하는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만 일괄 기재했다. 또한 공문에 학생들의 이름을 잘못 표기해 지난 10일에 수정본을 발송하기도 했다.
학교는 각 학생들의 대치 관여 여부를 면밀히 파악한 뒤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입장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목격자와 CCTV, 출입증 기록 및 경찰 측 정보 등을 참고했다"며 "사건 관여가 어느 정도 파악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한편, 총학생회 임기 종료 이후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는 학교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학생들과 소통한 뒤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비대위가 출범 이후 학교 측에 보낸 면담요청에는 응답이 없다가 학생들에게 징계 관련 공문을 보낸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개별 관여사항 없이 '하나만 얻어 걸려라'는 식의 허술한 공문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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