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 정부 주요 당국자들이 보안이 되는 비화폰으로 대통령과 소통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통일부 장관도 대통령실에서 지급한 비화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당 전화를 통해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계엄과 관련해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규명돼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은 2017년~2022년 5월 및 2022년 5월 이후 대통령 경호처와 경찰청, 대통령 및 대통령비서실, 국방부 및 군 관계기관, 국정원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비화폰 내역에 대해 통일부에 문의한 결과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로부터 지급받은 비화폰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윤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해당 비화폰은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시기에 대통령실에서 지급했다. 통일부는 사용주체는 '장관', 사용 목적은 '업무용'이라고 설명했으며, 통화 및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암호화가 가능한 비화폰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발표 당일) 대통령실로부터 직접 통보를 받아 오후 8시 30분 대통령실에 도착해서 10시 50분 경 나왔다"고 밝혔는데 해당 비화폰으로 통보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통일부는 "현재 수사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통일부 장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일 총리보다 빨리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해 김용현 장관 등과 상황을 공유했던 국무위원"이라며 "통일부 장관의 비화폰 사용 내역 등은 12월 3일 밤과 4일 벌어진 일을 정확히 밝히는데 중요한 만큼, 통일부는 숨기려 하지 말고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장관은 계엄 선포와 관련해 이뤄졌던 국무회의와 관련, 지난해 12월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6시간가량 김 장관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외교 및 안보 부처에 해당하기 때문에 업무 특성 상 장관이 보안 전화를 이용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이럴 경우 부처 자체적으로 준비하거나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정부 차원에서 지급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 대통령실 등에서 지급한 비화폰 보유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으나, 당시 청와대에서는 통일부 장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통령실에서 비화폰을 지급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해당 전화를 지급한 의도 및 사용 내역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상계엄 국면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인사들이 비화폰을 사용했다는 점도 이러한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검찰로부터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 남용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 측은 지난해 12월 13일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하라"면서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전화에 대해 경찰청은 7일 경찰이 관리하는 비화폰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경찰청은 경찰이 관리하는 '경찰청장의 비화폰'은 2023년 이미 폐기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조 청장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전화는 경찰청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지급된 비화폰일 가능성이 높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안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경호처가 지급한 비화폰을 사용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7일 행안부가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대통령경호처에서 이 전 장관에게 지급한 비화폰 1대는 장관 사임 후 대통령경호처로 반납됐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 전화의 존재를 행안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근혜 정부 이후 현재까지 행안부 장관 중 비화폰을 지급받은 사례는 이 전 장관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든 국무위원이 다 (계엄에 대해) 우려했고, 저도 여러 번 우려를 표명했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충암고등학교 출신들이 모여 계엄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 "모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국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실제 그는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및 단수 지시를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허석곤 소방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윤건영 의원이 '비상계엄 사태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내려왔나'라는 질문에 "단전단수 지시가 명확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고 '경찰에서 별도 협조 요청이 있으면 협조해주라'(고 했다)"며 "특정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얘기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전 장관이 <한겨레>, <경향>, MBC 등 언론사를 나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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