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옳았다"

대법원, 한국도로공사 불법파견 확정 판결

"양OO, 이OO, 윤OO, 정OO, 유OO, 김OO, 정OO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합니다. 피고(한국도로공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합니다. 상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아리송한 판결 내용에 법정 방청석에 앉은 30여 명의 요금수납원 사이로 잠시 의아한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판결을 듣고 방청석에서 나오는 길, 누군가 설명을 시작했다.

"파기 환송된 사람들은 2심에서 서류 미비로 한국도로공사에 졌던 사람들이예요. 진 사람 사건은 파기 환송하고, 이긴 사람 판결은 유지한 거예요."

"이겼대, 우리가 이겼대."

요금수납원들 사이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법정 건물을 나온 요금수납원들은 서로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이런 날이 오기는 오는구나” 탄식처럼 내뱉는 노동자도 있었다. “수고했어” 주고 받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위해 대법원이 보이는 건너편 도로에 앉아 기다리는 “동지”들을 만나러 가는 길. 요금수납원들은 두 손을 높이 들고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옳았다"를 외쳤다. 판결 직후 진행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대법원 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이 말은 그대로 요금수납원들의 구호가 되었다.


▲ 대법원의 한국도로공사 불법파견 확정 판결 뒤 울고있는 요금수납원. ⓒ프레시안(최용락)

대법원, 한국도로공사 불법파견 및 직접고용의무 확정 판결

대법원이 한국도로공사가 불법 파견한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1, 2심 판결을 29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10시경 대법원 제1호 법정에서 판결을 내린 직후 보도자료를 내 "한국도로공사와 외주업체 소속 수납원은 상호 유기적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고, 한국도로공사가 수납원의 업무를 관리 감독하였다고 볼 수 있고, 수납원은 한국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며 "한국도로공사와 수납원이 파견근로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15년 1심과 2017년 2심에서 법원은 "도로공사가 근로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여 파견 형태로 인력을 운용했으나 요금 수납은 파견 허용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고 도로공사에 직접 고용 의무를 부과했다.

대법원은 또 다른 쟁점인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혹은 의무가 발생한 이후 노동자가 외주업체로부터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한 경우, 그로 인해 직접고용간주 혹은 의무가 소멸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원청인 한국도로공사)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요금수납원들은 2017년 2심에서 법원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원청인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한 뒤인 2019년 6월 30일 하청업체로부터 원청과의 계약종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이 경우 기존에 부과된 직접고용의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쟁점에 대해 대법원이 ‘이미 법원에 의해 원청에 직접고용의무가 부과된 경우 외주업체로부터 해고되어도 원청의 직접고용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는 위 쟁점에 대한 최초 판시이다.

대법원은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일부 요금수납원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2심 판결도 파기 환송했다. 파기 환송은 법리적 오해, 심리 미진 등 절차상의 문제로 잘못 판결된 경우 다시 재판하라는 결정이다.


이번 판결은 해고된 요금수납원 1500여 명 중 345명에 대한 판결이다. 나머지 인원 전원이 불법파견 소송 진행 중이다. 이 중 일부는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 대법원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환영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기자회견. ⓒ프레시안(최용락)

"당연한 결과, 한국도로공사는 지금이라도 직접고용해야"

판결 직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톨게이트 노동조합은 대법원이 보이는 건너편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정부와 도로공사는 해고된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양진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가열찬 투쟁으로 대법원 판결이 29일로 잡혔을 때 이미 승리를 예감했다"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싸워준데 대해 대단히 감사드리고 끝까지 일치단결해 승리를 이끌어내자"고 말했다.

김병종 한국노총 한국도로공사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한국도로공사는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안 된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을 것"이라며 "딴소리 하지 말고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정규직 전환 해주실 것을 정중히 부탁드리며 다른 꼼수를 부린다면 더 높은 수위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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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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