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이강래 사장 고발한 이유는?

[인터뷰]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 박순향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

수납 업무 직접 고용을 요구하다 해고된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와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불법 파견 혐의로 19일 검찰에 고발했다. 해고 노동자들이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고공농성을 시작한 7월 1일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이었다. 민주일반연맹, 인천지역일반노동조합,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동조합 등 3개 노동조합은 이날 고발장을 접수하며 서울서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요금 수납 노동자들은 2012년 도로공사 소속 직원임을 확인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심과 2017년 2심의 결과는 모두 승소였다. 법원은 '도로공사가 근로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여 파견 형태로 인력을 운용했으나 요금 수납은 파견 허용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고, 도로공사에 직접 고용 의무를 부과했다. 도로공사는 직접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대법원에 사건을 상고했다.

이후 도로공사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시행 시기에 요금 수납 노동자의 자회사 고용을 추진했다. 1500여 명의 요금 수납 노동자는 법원 판결대로 직접 고용하라며 맞섰다. 결국 7월 1일 직접 고용을 요구한 요금 수납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계약 만료 시기에 맞춰 사실상 해고됐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고공농성 등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3일 마침내 도로공사와 노동조합의 교섭이 재개됐다. 이후 세 차례 교섭이 열렸다. 교섭이 진행 중임에도 이들이 한국도로공사와 이강래 사장을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회견이 끝난 뒤 <프레시안>이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 박순향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동조합도 형사고발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박 부지부장은 "우리도 어차피 도로공사에 들어가 일하고 싶은 사람들인데 사업주를 고소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그런데도 해고되고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르도록 도로공사도 정부도 이렇다 할 답이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교섭이 열린 뒤 도로공사의 입장은 오히려 후퇴했다. 박 부지부장은 "처음에는 해고된 1500명을 수납 업무로 직접 고용하라고 우리가 주장하면, 도로공사는 조무 업무 기간제 고용을 이야기했다"며 "지금은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300명만 조무 업무 기간제로 고용할 것이니 싫으면 자회사로 가라고 한다"고 교섭 상황을 전했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법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이미 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1심과 2심을 통해 도로공사의 직원임을 확인받고 직접 고용 의무도 부과됐다"며 "법의 판결을 준수하고 이행해야 할 공공기관이 법을 어긴 사실에 대해 사법부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 박 부지부장과의 인터뷰 전문.

▲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왼쪽)과 박순향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오른쪽). ⓒ프레시안(최용락)

"우리도 형사고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프레시안 : 기자회견문에서 "처음에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고발까지 오게 된 심정은 어떤가.

박순향 : 우리도 어차피 도로공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사업주를 고소하고 하면서 서로 감정적으로 상하고 하는 일은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해고되고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도 도로공사도 정부도 이렇다 할 답이 없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 고발까지 오게 된 데 대해서는 우리도마음이 복잡하다.

프레시안 : 피해 당사자나 친족 등의 고소권자가 소를 제기하는 고소가 아닌 제3자도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고발 로 소를 제기했다.

박순향 : 대법원에 올라간 사람이 처음에 700명이었는데 그 중 400명이 자회사로 갔다. 한국도로공사에 연세가 높은 분이나 한쪽 눈이 안 보이는 분, 한쪽 귀가 안 들리는 분, 걷기 힘든 분 등 장애 판정을 받은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은 한국도로공사가 주장하는 조무 업무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면 조무 업무를 주겠다고 이야기하니 어쩔 수 없이 자회사로 갔다.

이양진 : 그래서 고발로 진행했다. 그런 분들도 도로공사의 불법 파견 행위의 피해자다. 검찰이 도로공사의 불법 파견 혐의를 확대 수사해 모든 사람을 구제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프레시안 : 13일 이후 한국도로공사가 노동조합별로 분리해서 교섭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3개 노조와 한국도로공사 간 교섭이 열렸다고 들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박순향 : 도로공사는 자회사만 말한다. 처음에는 1500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하면 조무 업무 기간제로 고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법원에 올라가있는 300명만 기간제로 쓰겠다. 나머지 1200명은 자회사로 가라. 그게 싫으면 그 상태(해고된 상태)로 있어라"고 한다. 교섭이 열리고 오히려 입장이 축소됐다. 그러면서 자회사로 가야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는다. 회사 방침, 사장 방침이라고만 이야기한다.

프레시안 : 불법파견 법원 판결에 대한 도로공사의 입장은 어떤가.

박순향 : 도로공사는 1, 2심 판결을 대법원에서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대법원 판결 받고 오라고 이야기한다. 대법원 판결이 나면 한 명 한 명에 대해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수납 업무가 아닌 조무 업무를 시키겠다고 한다. 자꾸 조무 업무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억지스럽다. 2012년 처음 소송 들어갈 때 직접 고용된 인원 중 임금이 제일 낮은 직종이 조무원이었다. 그래서 임금 비교 대상을 조무원으로 뒀는데, 그걸 두고 처음부터 조무원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 한국도로공사와 이강래 사장 파견법위반 고발 기자회견. ⓒ프레시안(최용락)

"우리가 바라는 것은 임금 인상이 아닌 고용 안정"


프레시안 : 자회사 고용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순향 : 우리는 임금이 오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고용 안정을 원한다. 용역으로 고용돼 있을 때 1년에 한 번 재계약을 했다. 재계약 때 용역업체 사장이 우리를 해고하면 도로공사는 용역업체와 말하라고 했다. 자회사로 가면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다. 자회사로 가면 전부 고용할 수 있는데 직접고용으로 가면 해고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납 업무를 자회사로 배정하고 나중에 폐업할 생각이 아니라면 자회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스마트톨링이나 하이패스를 도입하면 수납 업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런데 요금 수납원 평균 연령이 55세다. 정년까지 5, 6년 남았다. 그 정도면 무리하게 해고하지 않아도 점차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

프레시안 : 7일부터 이강래 사장의 국회의원 공천을 반대하며 민주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민주당의 반응은 어떤가.

박순향 : 민주당과는 몇 차례 의원 면담을 진행했다. 조심하는 분위기다. 자신들도 사태를 알고 있는데 이강래 사장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니 난감하다고 한다. 직접 고용하라는 법원 판결을 어기고 1500명을 해고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공천하면 안 된다. 민주당이 사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프레시안 : 법원이나 검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박순향 : 대법원이 도로공사 눈치 보지 말고 빨리 판결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간 지 1년 반이 넘었다. 우리가 판결 빨리 내려달라고 대법원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지도 1년이 넘었다.

이양진 : 말씀하신 대로 법원은 빨리 판결을 내야 하고,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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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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