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중동사태 공동대응 필요…원유·LNG 협력"

李대통령 "'싸울 필요 없는 한반도' 설명…조세이 탄광, 과거사 협력 첫걸음"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고향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해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비상 상황 시 원유·LNG(액화천연가스)를 상호 융통하는 스와프 추진을 비롯한 에너지 안보 강화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소인수 회담 33분, 확대 회담 77분 등 105분 간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함께 한 공동언론발표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다양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중동 정세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 대해 진솔한 의견 교환을 했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포함해 사태 진전을 도모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일미 동맹, 한미 동맹, 전략적인 연대를 통한 억지력과 대처 능력의 유지 및 강화에 일한 양국이 능동적으로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체결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에 기초한 협력 확대에도 양 정상은 입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공급망 위기를 겪는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의 자원 공급망 협력도 심화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면서 "저는 공감을 표하고,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핵심 에너지원인 LNG 및 원유 분야의 협력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체결된 'LNG 수급협력 협약서'를 바탕으로 양국 간 LNG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원유 수급 및 비축과 관련한 정보 공유와 소통 채널 또한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원유, 석유제품 및 LNG 스와프를 포함한 일한 양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축으로 하는 협력을 시작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공동으로 검토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도 "일한, 일한미 안보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인 공조의 중요성에 대해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최초로 차관급으로 격상되어 개최된 것을 매우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고 "동북아 지역이 경제·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만큼, 역내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공통의 이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구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북한 대응에 대해 논의를 했으며 일한, 일한미가 긴밀히 연계해서 대응해 나갈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히면서도 이 대통령의 남북관계 구상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납치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을 위해 이 대통령이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李대통령 "조세이 탄광 유해 감정 합의...과거사 협력 첫걸음"

양 정상은 지난 1월 일본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실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AI 분야에서 가진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호혜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기반을 강화한다면, 양국의 기업과 국민들이 '글로벌 AI 기본사회'를 선도하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양 정상은 초국가 스캠범죄 공동 대응, AI 시대 개인정보보호 협력, 조세이 탄광 사건 관련 유해 DNA 감정에 대한 절차와 방법 등을 합의했다.

특히 조세이 탄광 관련 논의에 대해 이 대통령은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인도주의적 사안부터 협력해 나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세이 탄광 수몰 사건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해저 탄광에서 발생한 갱도 붕괴 사건으로,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136명을 포함해 광부 18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한일 정부는 DNA 감정 등 희생자 신원 확인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합의가 어려운 과거사 현안보다 접점 찾기가 용이한 문제부터 인도적으로 풀어보자는 공감대에서 협력이 시작됐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공동언론발표에서 이에 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한편 '고향 답방'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 정상이 서로의 고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우정과 유대가 그만큼 두텁고 단단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서울과 도쿄에 국한되었던 셔틀 외교의 무대가 부산, 경주, 나라, 안동 등 여러 지방 도시로 확대된 것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한일 관계는 수도를 넘어 지역 구석구석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지평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다음에는 이 대통령이 일본으로 올 것"이라며 "온천으로 할까요, 어디로 할까요. 아름다운 곳으로 모시겠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이날 안동에 머물며 만찬을 비롯한 친교 행사를 이어간다. 다카이치 총리는 하룻밤을 묵은 뒤 20일 오전 대구공항을 통해 출국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