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6일 새벽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자의 '광복절 경축사'"를 언급하며 "한 마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남조선 당국자가 최근 북조선의 몇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았다느니, 북조선(북한)의 '도발' 한 번에 조선반도(한반도)가 요동치던 이전의 상황과 달라졌다느니 뭐니 하면서 광복절과는 인연이 없는 망발을 늘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지금 이 시각에도 남조선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있는 때에 대화 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과연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구체적으로 "우리 군대의 주력을 90일내에 괴멸시키고, 대량살륙무기제거와 주민생활안정 등을 골자로 하는 전쟁 시나리오를 실전에 옮기기 위한 합동군사연습이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그 무슨 반격훈련이라는것까지 시작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특히 전날 발표된 국방중기계획 등 한국군의 전력 보강 계획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말끝마다 평화를 부르짖는데,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무인기와 전투기들은 농약이나 뿌리고 교예비행이나 하는 데 쓰자고 사들였다고 변명할 셈인가?"라거나 "공화국 북반부 전 지역을 타격하기 위한 정밀유도탄, 전자기임풀스탄(EMP), 다목적 대형수송함 등의 개발 및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한 '국방중기계획'은 또 무엇이라고 설명하겠는가"라고 언급했다.
한국군은 차세대 스텔스기로 지난 3월부터 F-35A를 도입 중이며, 전날 발표된 국방중기계획에서는 군 정찰위성 5기 전력화와 EMP탄, 수직이착륙기인 F-35B를 탑재할 수 있는 다목적 대형수송함, 한국형 구축함급의 합동화력함(아스널십), 다기능 보유 드론의 도입 등이 언급됐다. 북한이 이를 하루만에 일일이 거론한 것은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한은 "(이같은) 시점에 버젓이 북남 사이의 '대화'를 운운하는 사람의 사고가 과연 건전한가 하는 것이 의문스러울 뿐"이라며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남조선 국민을 향해 구겨진 체면을 세워보려고 엮어댄 말일지라도 바로 곁에서 우리가 듣고있는데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뇌까리는가"고 빈정거리거나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 '북조선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 겁에 잔뜩 질린 것이 역력하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북한은 "명백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괴멸시키자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라며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북남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의 자행의 산물이며 자업자득일 뿐"이라고 남북·북미 간 대화 정체 국면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렸다.
북한은 이어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것"이라며 "두고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단언했다.
북한은 한미군사연습, 대북정책뿐 아니라 대일 메시지를 놓고서도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며 "섬나라 족속들에게 당하는 수모를 씻기 위한 똑똑한 대책이나, 타들어가는 경제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도 없이 말재간만 부렸으니 '허무한 경축사', '정신 구호의 나열'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도 하다"고 비난했다. '허무한 경축사'는 자유한국당의, '정신 구호의 나열'은 바른미래당의 경축사 평가였다. 북한이 보수 야당의 평가를 인용한 것 역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남북 당국 간 대화의 뜻이 없다고 밝힌 조평통은 북한에서 남북대화를 담당하는 기구다. 당초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 단체였으나, 2016년 내각 소속의 상(相·장관)급 기구로 정식화됐다. 그러나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의 국가지도기관 선거에서는 조평통 위원장이 호명되지 않아, 내각 총리가 아닌 국무위원회 직할로 변경되는 등 역할 조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부는 "내각 소속으로 추정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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