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헬멧 쓴 배달 라이더, 얼마나 뜨거울까요?

라이더유니온, 고용노동부의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 촉구

배달 노동자들이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을 요구했다.

라이더유니온은 25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폭염대비 가이드라인은 배달 노동자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며 폭염수당 등이 포함된 '안전배달료 도입' 등의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을 촉구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대책을 6월 3일부터 9월 10일까지 시행키로 했다. 대책을 요약하면 '물을 자주 마시고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서 시간당 10~15분간 쉬어라'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아스팔트 위에서 배달 노동자의 체감 온도는 40도가 넘지만 배달 노동자들은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해야하고 비라도 오면 우비도 입어야 한다"며 "한여름에는 헬멧 속이 작은 한증막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의 '물 많이 마시고 자주 쉬어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은 배달 노동자에게 적절한 대책이 되지 않는다"며 "물 많이 마시면 (배달은 못하고) 화장실만 자주 간다"고 고용노동부의 대책을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낮은 수준의 배달료가 배달 노동자의 온열질환 위험을 가중킨다고 지적하며 "한 건에 3000원 수준의 배달료로 기름값 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이상을 벌려면 한 시간에 5건 이상의 배달을 해야 한다"며 "한 시간에 3~4건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전배달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이 25일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에서 "폭염에 폭우까지, 라이더가 위험하다"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조성은)

불평등에 따라 발생하는 온열질환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7월 22일부터 각 10개 지역 조합원들이 매일 배달 현장에서 라이더들이 체감하는 온도를 직접 측정해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본격적으로 발령되기 전이었음에도 이들의 온도계에서 40이 훌쩍 넘는 숫자가 자주 찍혔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원 직업환경전문의 소장은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매년 약 400명에서 50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다"며 "대부분의 경우 야외에서 노동하는 실외작업장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간한 '2017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신고현황'을 보면 2010년 이후 폭염이 가장 적었던 2011년 4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반면 2017년에는 약 1000명 이상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1994년 이후 최대 폭염을 기록한 2016년의 경우, 온열질환자가 2125명 발생했다.

온열질환자의 직업은 기능 종사자가 21.9%로 가장 많았고 농림어업숙련 종사자가 14.9%로 뒤를 이었다. 류 소장은 "이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라며 "라이더를 포함한 야외노동자들, 또 환기나 냉방 없는 열악한 실내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황인철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각자 처한 환경과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체감하는 온도가 다르다"며 "사회 불평등이 재난 불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직접 측정한 체감 온도 ⓒ라이더유니온 제공

플랫폼 노동을 위한 노동법 만들어져야

배달 노동자인 '라이더'는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다. 플랫폼 노동은 플랫폼을 통해 '필요할 때에만' 거래돼 사용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노동법은 고용관계라는 틀 안에서 근로기준법과 노동3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으나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은, 고용관계가 불분명해 노동법이 적용되기 어렵다. 라이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찬호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조합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지는 직업들 대부분이 안정된 고용이 보장된 노동이 아니라 일용직, 특수 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이라며 "이들을 위한 적절한 대책과 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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