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20대 국회 개원 때부터 우리는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확인했다"며 "이제는 결단하고 정치개혁의 새로운 장을 열자"고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제도의 핵심은 국민 한 명 한 명의 투표가 사표(死標)가 되지 않고 국회 구성에 정확히 반영되게 하는 것"이라며 "최근 민주당이 당론으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3대 1로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바른미래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가장 잘 반영할 단일안을 만들어 빠른 시간 내에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연대'와 관련해 "선거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최종적 법안 의결 절차가 아닌 만큼, 패스트트랙 절차 돌입이 여야 간 합의 처리를 위한 신속한 협상의 촉매가 되길 희망하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편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당의 선거제도 관련 주장에 대해 "한국당은 이제껏 선거제도 개혁논의에 매우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으로 임하다가 타 당의 소위 패스트트랙 압박이 있자 그제서야 며칠 전 '비례대표제 폐지, 지역구 270석 확대' 안을 내놨다"며 "그러나 이 제안은 그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온 것과 전혀 다르다. 헌법에 명시된 비례대표제를 없애는 위헌적 발상이며, 사표를 더 증가시키는 반개혁적이고 반민주적인 억지안"이라고 비판했다.
선거제도 외의 정치개혁 과제로 그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 입법을 제안한다"며 "19대 국회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제정 당시 반영하지 못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회의원 권한이 어처구니없이 사용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라며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재판 청탁 같은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상상할 수도 없고 실제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다. 국회 윤리위원회의 준엄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여권의 서영교·손혜원 의원 의혹 사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 개혁이 필요하다"는 대목 역시 정치개혁의 범주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김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정치개혁의 첫 번째는 '만기청람'이라고 불리며, 내각과 여당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는 청와대를 개혁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지난해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제기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등 각종 의혹, 인사수석실 행정관의 기밀서류 분실과 육군참모총장 면담 사건은 구중궁궐과도 같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청와대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들이었다"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첫째,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기능 축소"가 필요하다며 "청와대 감찰반은 내부직원에 대한 감찰만 담당하고, 외부 기관으로부터의 정보 수집기능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이어 "둘째,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셋째, 청와대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청와대는 최소한의 보좌 기능만 남기고 국정은 내각에 맡겨야 한다"며 "책임 내각을 하겠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조직 축소를 통해서 실질적인 행동을 보이라. 청와대 직속의 각종 옥상옥 위원회를 즉각 폐지하고, 내각으로 일을 과감히 넘기라"고 촉구했다.
야당과의 소통 노력 강화 또한 주문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이 나라 모두의 대통령인 이상,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야당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의무이자 책임"이라며 "대통령이 야당과 한 달에 한 번 이상 정례화적으로 회동할 것을 재차 제안한다. 한 달은 여야 당 대표들과의, 다른 한 달은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을 통해 다양한 민심을 제대로 청취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지난 1월부터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조속한 개최를 요구했다"며 "다시 한 번 청와대의 답변을 촉구한다"고 했다.
文정부 인사·경제정책 비판…입법 과제로 '미투' 언급 눈길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인사 등에 대해서는 특히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도를 넘어선 낙하산 인사"라며 "하루 한 명 꼴로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를 보면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 정부에 공정한 인사시스템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께 촉구한다. 그간 무차별 투하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남은 임기 동안 하나하나 바로잡으라"며 "국회가 할 일도 있다. 수일 내 7명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을 것인데, 철저하게 검증하되 국회의 권위를 살리는 인사청문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인사청문회 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강행)할 수 없게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가 실질적으로 기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경제정책과 관련, 그는 "문재인 정부 3년차, 민생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기다려 달라고만 한다. 도대체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를 보기 위해 얼마나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부터 강조한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실패로 막을 내렸다"고 규정하며 "이제 시장의 활력을 제공하는 경제정책으로 바꾸자. 기업들의 창의력이 하늘을 찌를 수 있게 정부는 물러서라"고 주장했다. 최근 카풀 관련 합의를 예로 들어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 공존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정부와 국회가 규제 완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과 관련해 지난해 우리 사회는 지독한 진통을 겪었다"며 "더 이상 손으로 하늘을 가려서는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방향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은 만시지탄이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평가하고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내년도 최저임금만큼은 올해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기업들의 숨통을 열어주고 적응기간을 줘서 기초체력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와 도입요건 완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업종의 특수성을 외면한 획일적인 주52시간 도입으로 기업과 노동자 모두 사실상 법을 어기게 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유연근로제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일과 생활의 양립을 위해 노동자에게도 유익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등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주장했다.
국회 입법 과제로는 "지독한 갈등의 사회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법률' 제정을 제안한다"는 내용과 함께 "미투 입법"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띄었다. 그는 "지난해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상의 반이 여성이라는 것을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용기 있는 여성들의 미투 선언에 대한 지지와 함께 이를 위한 입법 추진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었다"며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국회의 관심과 노력은 부족하다. 직장에서, 임금에서, 각종 노동현장에서 차별받는 여성이 없도록 국회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20대 국회가 서둘러 '미투 입법'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미세먼지, 저출산, 자살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민관이 함께 하는 범국가적 기구"를 통해 해법을 도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어제 문 대통령께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설치를 수용한 것을 환영하고 높이 평가한다. 여야 협치의 좋은 모습"이라며 이와 함께 "자살 예방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민관이 함께하는 특별기구 설립을 통한 자살 예방 정책의 체계적인 수립 및 시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노력해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이라는 목표에 동의하고 박수를 보낸다. 또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상당부분 감소하게 한 성과도 평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큰 방향에서는 옳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과제이지만,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강조하고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해 상황을 판단하는 확증편향의 오류를 경계해야 하고, 보수세력 역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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