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의 냉장고 신화, 현대 중국을 만들다

[최재천의 책갈피] <격탕 30년>, <중국 고도성장의 비밀>

1984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서른다섯의 장루이민(張瑞敏)이 망해가는 한 전자공장의 공장장으로 파견됐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13개 조항의 규칙을 만들었다. 제1항은 "공장 내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봐서는 안 된다"였고, 다른 조항 중 하나가 "공장의 물자를 빼내서는 안 된다"였다. 부임 후 그가 내린 최초의 전략적 결정은 세탁기 시장을 버리고 냉장고를 생산하기로 한 것. 그래서 회사 이름조차 '칭다오일용전기공장'에서 '칭다오냉장고공장'으로 바꾼다. 이후 회사는 여러 차례 개명을 거쳐 최종적으로 '하이얼(Haier)'로 정해진다.

위대한 기업가로서 그의 매력은 다음 해부터 발산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냉장고를 사러 왔다가 불평을 털어놓았다. 친구가 떠나자마자 공장 안에 남아 있던 400여 대 냉장고의 품질검사에 들어갔다. 그중 76대의 냉장고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직원들은 싼값에 팔아넘기면 된다고 조언했다. 장루이민은 그 자리에서 76대의 냉장고 전부를 부수어 고철로 만들라고 지시한다. 당시 냉장고 한 대 가격은 800여 위안, 종업원 한 명의 2년 치 급여에 해당했다. 그를 시작으로 직원들이 돌아가며 냉장고를 깨부쉈다. 그리하여 '하이얼' 장루이민의 냉장고 사건은 훗날 세계 최대 가전업체의 성공 스토리가 되었고, 중국 개혁개방의 전설로 남았다. 20여 년 뒤 중국 정부는 당시의 쇠망치를 문화재로 지정하고, 국가박물관에 전시했다. (참고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애니콜 화형식'을 진행한 것은 1995년 3월 9일.)

1978년 처음으로 중국 인민일보에 '어떻게 소를 키울 것인가'라는 문장이 실렸다. 그전까지는 전부 '혁명'이나 '투쟁' 뿐이었다. 그해 12월 18일, 당시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8일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을 거행했다.

'니덤의 수수께끼'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흥망성쇠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분야다. 중국과학기술에 대한 위대한 연구자였던 조셉 니덤의 이름에서 비롯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탐구하는 일은 '니덤의 수수께끼'를 푸는 일이요, 세계사의 발전 법칙을 쫓는 일이다.

번역서 둘을 추천한다. 하나는 개혁개방 30년을 다룬, 2014년 번역된 <격탕 30년>. 둘은 40년을 다룬 지난 겨울 번역된 <중국 고도성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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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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