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이 지난 24일 오후 국방위 회의석상에서 주고받은 설전은 이튿날까지 신문·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기무사가 합참의장을 건너뛰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한다든지, 국회의원들을 체포해 계엄 해제 시도를 봉쇄하겠다는 등의 초헌법적 내용을 담은 문건에 대해 △송 장관이 이를 언제 어떻게 보고받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 △보고 후 송 장관이 이 문제를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했는지가 설전의 주제였다.
국방위 회의장에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장관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20분 정도 대면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 장관은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며 "(문건은) 볼 시간이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고 했다.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은 "송 장관이 지난 7월 9일 (국방부 간부) 간담회에서 '위수령 문건은 잘못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고 나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 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송 장관은 이에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같은 설전은 "거짓말 공방", "낯뜨거운 진실공방", "공개 난타전", "하극상" 등의 제목으로 보도됐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무너진 군 기강 적나라하게 보여준 국방장관과 기무사령관"이라며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 방위를 맡겨도 되는지 국민이 군대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국회에서 서로 총질하며 기강 무너진 군' 제하 사설에서 "국민이 보는 앞에서 장관과 그의 부하들이 싸우는 모습은 창군 이래 처음"이라며 "언제부터 우리 군이 내부에서 서로 총질하는 '당나라 군대'가 됐는지 통탄할 노릇"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수석대변인 논평을 내어 "기강이 무너진 국군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북핵 위기와 남북대치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이렇게 기강이 무너져서 과연 군령이 바로 설 수 있을지, 국가안보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대단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송 장관이 대통령 눈치를 살피다보니 장관으로서 자신의 부하들로부터 하극상을 당했다"며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국군인지 우리 국민들은 크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에 대한 기무사 고급 장교들의 '하극상'이라는 자극적 논란은 시민사회로부터 "내란 음모"로 지목되고 있는 사태의 엄중함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물 타기"라는 경고도 들린다.
군 안팎에서도 장관 취임 후 강도 높은 기무사 개혁을 주장해 온 송 장관에 대한 기무사 쪽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한 익명 인터뷰에서 "70년 권세를 누려온 '기무 세력'이 앉아서 그냥 당하겠느냐"며 "송 장관과 기무 세력의 대결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여당도 우려하는 빛을 보였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해결할 것"(김의겸 대변인)이라며 말을 아꼈으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 회의석상에서 "마치 현재 국면을 송 장관과 기무사 사이의 '진실게임'처럼 전개하면서, 국방장관의 개혁 의지를 좌초시키기 위해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도 가리키는 손가락이 굽었느니, 삐딱하다느니 하는 격"이라며 송 장관이 문건의 엄중함에 비해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진중한 자세로 즉답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변호했다.
시민사회도 "반민주적 내란음모 수사가 (하극상이라는) 논란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태 초기, 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거의 동시에 계엄령 문건을 공개하며 여론을 이끈 군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은 "설사 송 장관 말이 틀리고, 이석구·민병삼의 말이 맞다고 한들 그게 어떻다는 것이냐"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게 바로 물 타기다. 놀아나면 안 된다. '뭣이 중한지'를 봐야 한다"고 그는 언성을 높였다.
임 소장은 나아가 전날의 국방위 '하극상 설전' 사태가 기무사 측의 고의적 도발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장관의 무능력을 내세워 조직을 보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 그는 "수술대에 눕지 않으려는 기무사의 발악으로, 장관을 모욕해서 전체 군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떨어뜨리고 개각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매우 불순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며 "모종의 협잡을 하는 냄새가 난다. 언제 기무사 고위 관계자들이 이렇게 국회에 우루루 출석해 착실하게 민주적 통제를 받는 착한 양 노릇을 한 적이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임 소장은 특히 한 기무사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양심을 건 내부 고발임에도 하극상으로 비치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는 소식에 혀를 차며 "그게 무슨 양심고백이고 내부고발이냐.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탄핵 당시, 또는 늦어도 작년에라도 '이런 문건이 존재했다'고 폭로했다면 몰라도 "이제 와서 개혁 하겠다는 장관을 고꾸라트리는 게 무슨 양심선언이냐"는 것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인 서보혁 서울대 연구교수는 "국방위에서 벌인 설전 내용 같은 세세하고 구체적인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평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겠다"며 "그런 것으로 반민주적 내란음모 수사를 가리거나 우회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진실게임 양상을 띠지만, 결국 모두가 반민주적 폭거에 관련된 자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민군 합동수사단이 문제의 본질에서 비껴나지 말고 수사단 발족 취지에 맞게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서 소장은 "송 장관도 직무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은 수사를 통해 철저하고 공정하게 밝혀져야 한다"면서도 "통치권자(대통령)와 정책결정집단(집권세력)에서 방향·줄기를 잘 잡고 흔들림 없는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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