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전쟁과 네팔 홍수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시민건강논평] 호르무즈에 필요한 것은 파병이 아닌 생명이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에 대한 파병 검토를 시인한 이후, 이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뜨겁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이란침공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군사지원을 압박해왔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외교를 통한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으로 선을 그어왔으나,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만표시 이후 청와대는 '군사적 기여를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비전투 자산 중심의 파병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는 결국 미국-이란 전쟁의 지속과 확전에 자원을 보태는 행위일 뿐이다.

파병을 둘러싼 논쟁은 대체로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파병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국가의 손익과 실리를 앞세우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번 전쟁이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범죄라는 점과 파병에 동원될 청년들의 생명을 앞세운다. 윤리와 생명의 상위에 존재할 수 있는 '손익'과 '실리'가 과연 무엇일지, 작금의 세태가 안쓰러운 마음마저 든다. 그러나 주류 논쟁에서 배제된 채, 전쟁으로 인한 파괴를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존재가 있다. 그것은 바로 '환경'이다.

전쟁의 영향은 주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에 조명되는 경향이 있으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이에 못지 않게 광범위하고 파괴적이다. '생명을 해치는 환경의 파괴 내지는 말살'을 지칭하는 개념인 '에코사이드(ecocide)'라는 용어는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의 고엽제 대량 살포로 인한 환경 파괴를 고발하며 처음 등장했다. 초기 에코사이드의 개념은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나, 평화의 시기에도 인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심각한 환경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그 개념은 확장되어 왔다. (☞관련자료 바로가기)

이번 미국-이란 전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쟁 초기 14일 간 배출된 온실가스는 500만 톤 이상(CO2 환산)으로 추정되며,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유 시설과 발전소, 담수화 시설 등이 파괴됨으로써 직간접적 환경피해로 이어졌다. 석유 연소로 중금속, 황산화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이 발생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에는 원유가 유출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전쟁은 단순히 군사시설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생태계의 기반까지 무너뜨린다.

에코사이드로 인한 피해가 전쟁이 일어난 곳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지점에서 문제는 한층 더 심화된다. 경계로 나뉘어진 국가와 달리 지구 상의 환경은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다. 에코사이드의 영향은 단기간 내에는 전쟁 인접지역에 집중되지만, 장기간에 걸쳐 전쟁에서 발생하는 에코사이드는 전세계로 파장을 미친다. 또한 그러한 과정에서 에코사이드로 인한 피해는 기후취약국과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최근 우리는 이러한 환경파괴로 인한 비극을 경험했다. 지난 8월 26일,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네팔 대홍수의 사회적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존재한다. 1400여 명의 사망자와 5600여 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이번 대규모 참사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이는 환경파괴와 인간 집단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서로 연결되는 '에코사이드-제노사이드 연계'의 전세계적 확대라는 맥락 속에서 발생한 '사회적 재난'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한 직후 지구 상의 각 국가들은 애도를 표하며 구호물자와 재정 지원, 그리고 인력을 파견하며 재해 복구에 힘을 보탰으나, 사회적 층위에 존재하는 구조적 원인인 '기후 변화'에 대한 실천은 미미하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재난이 발생한 이후의 복구에만 집중한다면 다른 형태의 같은 재난이 반복될 것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최근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세계가 합의한 '1.5도 목표'의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기후정의에 대한 실천이 절실한 시기이나, 네팔 대홍수와 이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은 빠르게 소비될 뿐,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사람들의 인식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 명의 시민으로서, 네팔의 고통에 연대하고 기후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개인적 층위의 실천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한 명의 시민은 개인적 존재 뿐만 아니라 사회적 존재이기에, 개인적 실천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 실천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파병을 반대하고 평화를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자. 그리고 다가오는 토요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919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자. 기후위기와 전쟁,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실에 연대하며 기후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를 함께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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