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의 출발점은 언제나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하다는 것.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검찰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진단 위에서, 지난 수년 간의 검찰개혁은 권력을 나누고 절차를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번 보완수사권 폐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앰으로써,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이 시민의 권리 확대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재량, 예컨대 누구를 사회적 약자로 분류할지, 어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지를 결정하는 권한이라면, 이는 개혁이 스스로 부정했던 구조를 다른 이름으로 반복하는 셈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문제 삼아 시작된 개혁이 결국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답하지 못한다면 그 명분은 공허해진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서, 여당은 그 공백을 메우겠다며 사회적 약자 범죄 피해자 권리 TF를 출범시켰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범죄, 아동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 학대, 노인학대로 구성된 이른바 7대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 송치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세심한 보완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목록이 완성되는 순간, 목록에 없는 존재들은 어떤 위기에 놓이는가.
사회적 약자는 특정한 범죄 유형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힘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나 이번 TF는 사회적 약자의 넓은 개념을 7대 범죄 목록으로 압축해버렸다. 그 결과 사회적 약자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사건의 분류 표가 되고 만다. 누군가는 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보호받고, 누군가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보호에서 빠진다. 약자를 정의하는 권력을 정치가 쥐는 순간, 그 정의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지워질 수밖에 없다.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었을 때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해도 고소인은 이의신청을 통해 권리를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이 제도의 명분이었다. 가령 채무소송에서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된 수사결과통지서에는 흔히 이런 류의 문장이 적혀 있다.
"본 건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민사상 채권채무 관계에 불과할 뿐, 피의자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고소인을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한 문장을 이해하려면 '편취'와 '기망'이라는 형법 용어의 뜻을 알아야 하고, '민사상 채권 채무 관계'와 '형사상 범죄'가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야 한다. 법률 조력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절차를 찾아 사건을 되살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 한 문장이 사건의 끝이다. 권리는 명목상 모두에게 있었지만, 그 권리를 읽어내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은 애초부터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지 않다.
지금의 TF가 내세우는 사회적 약자 대상 전건 송치 역시 같은 함정에 놓여 있다. 제도가 절차를 만들어주는 것과, 그 절차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범죄의 피해자는 애초에 제도가 상정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모습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다.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누가 7대 범죄를 골랐는가. 아동학대와 성범죄가 들어갔다면, 왜 노동 현장의 산업재해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 의료사고 피해자, 홈리스에 대한 폭력은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는가.
의료사고 피해자만 보더라도 의료 행위는 밀폐된 진료실과 수술실 안에서 이루어지고, 전문지식이 의료인에게 편중되어 있어 환자나 유족이 스스로 과실과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애초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민사소송에서는 대법원이 환자 측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법리를 적용해 주지만, 형사사건에서는 이 완화가 적용되지 않아 수사기관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과실과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실제로 2011년 한 의원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수십 명이 C형 간염에 집단 감염된 사건에서 환자 진술과 진료기록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와 협조하여 바이러스 염기서열 분석이라는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고 나서야 유죄를 입증할 수 있었다(하신욱, 2017). 즉, 의료사고는 피해자 스스로 입증할 수 없는 영역이면서 동시에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증거수집 역량에 따라 유무죄가 좌우되는 사회적 약자 보호 논의에서 결코 가볍게 다뤄질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둘째, 목록 안에 들어간 이들 역시 그 보호를 실제로 누릴 수 있는가. 검찰이 한번 더 들여다본다는 것은 절차가 작동한다는 것이지, 그 절차가 실질적인 보호로 이어진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재검토가 이루어져도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론은 달라지지 않고, 재검토 이후에도 그 결과를 이해하고 다시 다툴 수 있는 자원이 없다면 목록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검찰개혁이 수사, 기소 분리라는 원칙에서 출발했다면, 그 원칙이 실제 시민의 삶에 어떻게 가닿는지는 결국 권력이 누구를 향해 서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완성된다. 사회적 약자 보호는 그 물음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자리다. 목록 밖에 있는 사람들이 왜 빠졌는지, 목록 안에 있어도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왜 생기는지는 권력의 방향을 보여주는 단면일 뿐이다. 권력이 누구의 삶을 기준으로 약자를 상상하느냐에 따라 그 개혁은 소수를 위한 것이 될 수도, 모두를 위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 개혁이 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권력이 소수의 필요가 아니라 보통 시민의 삶을 기준으로 움직이는가이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보통 시민을 중심에 두지 않는 권력 그 자체다.
참고문헌
하신욱. (2017). 의료사고 피해구제제도에서의 입증책임 연구. 형사법의 신동향, (56), 27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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