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확대하는 등 사실상 팔레스타인을 몰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영국이 이스라엘 제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측은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과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설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영국 정부는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 구매에 대한 새로운 제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에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이러한 조치들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는 정착촌에서 생산된 농산물 거래 제한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팻 맥패든 영국 노동연금부 장관은 이날 영국 타임스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외무장관이 오늘 의회에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며, 핵심은 영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두 국가 해법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BC는 밀리밴드 장관이 지난주 이스라엘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정책을 "포괄적으로 재설정"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의 한 장관은 방송에 "이번 조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의 본질을 완전히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이 이전과는 매우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외무장관의 제재 조치에 대해 "단순히 제재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우리들은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실이 이번 성명을 통해 맺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제재 조치의 구체적인 모습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방송은 이에 대해 사전에 브리핑을 받은 노동당 의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에서 생산되는 농산품과 서비스 모두를 제재 대상으로 올려놓았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동쪽의 전략적 요충지인 이른바 'E1' 구역에 약 1200채 규모의 정착촌 주택 건설 입찰을 개시한 이후에 나왔다. 밀리밴드 외무장관은 지난주 의회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이 계획을 두고 "국제법상 불법"이라며 "서안 지구의 중심부를 관통하고 팔레스타인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앤디 번햄 영국 총리 역시 이같은 계획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두 국가 해법을 "위태롭게 하거나 종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번햄 총리 집권 이후 영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해 왔다. 방송은 현재 외무부 중동 담당 부장관을 맡고 있는 스티븐 도티가 유럽 담당 부장관이었던 지난 7월 정착촌에 대한 규제 권한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티 부장관은 "현재로서는 정착민의 폭력 행위와 연관된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착촌에서 일하는 계약업체와 관련해서는 제재를 부과할 수 없다"라며 "제재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방송은 "번햄 총리는 7일 오후 전화통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이번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이 통화에서 중동의 두 국가 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정착촌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최근 몇 달 동안 서안 지구에서 정착민들에 의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폭력 사태가 증가했다"면서 "영국 정부는 정착촌의 급속한 확장이 두 국가 해법의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직 미국의 입장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해 온 트럼프 행정부와 번햄 총리 사이에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스라엘에서는 극우 성향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우리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공격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 붕괴에서 벗어나려 하는, 급진 이슬람에 점령된 국가의 반유대주의 정부의 발밑에 깔려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내 영국의 위임통치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매일 "30~40명을 제거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도 본인의 X계정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영유권 분쟁을 벌였던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주권을 인정하고 영국에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BBC는 "이스라엘은 1967년 중동 전쟁 당시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후 약 160개의 정착촌을 건설하여 70만 명의 유대인을 거주시키고 있다"라며 "약 33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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