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을 앞세운 제품이 시장에 넘친다. 음료와 시리얼, 과자까지 '고단백'을 내세운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은 2018년 약 890억 원에서 2022년경 약 4500억 원으로 커졌고 2026년에는 8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품들은 공통된 전제를 깔고 있다. 현대인은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전제가 사실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은 성인의 단백질 권장섭취량을 체중 1㎏당 0.91g으로 제시한다. 체중 60㎏ 성인이라면 하루 약 55g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이 기준을 넘는다. 2019년 조사에서 19세 이상 성인의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약 75g으로 권장섭취량의 130%를 웃돌았다. 밥과 국, 고기와 생선, 달걀과 콩으로 이루어진 일상 식단은 대체로 필요량을 채운다. '한국인 대다수가 단백질 결핍'이라는 인식은 근거가 약하다.
다만 평균은 집단 간 차이를 가린다. 부족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집단은 노인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9년)를 분석한 한 연구는 '2019년 기준 65세 이상에서 단백질을 평균필요량 미만으로 섭취하는 비율이 남성 34.5%, 여성 44.7%"에 이른다고 보고했다(함현지·하경호, 2022,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나이가 많은 여성일수록 그 비율은 높았다. 나이가 들면 같은 양을 먹어도 근육으로 합성되는 효율이 떨어지고 식사량 자체가 줄기 때문이다.
단백질 부족은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sarcopenia)으로 이어지고 이는 낙상과 쇠약, 삶의 질 저하로 연결된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식사가 불규칙한 사람도 같은 위험에 놓인다. '누구나 부족하다'는 주장도 '누구나 충분하다'는 주장도 정확하지 않다. 부족이 문제가 되는 대상은 따로 있다.
얼마나 먹어야 하는가도 대상에 따라 다르다. 건강한 성인은 앞의 권장량이 기준이 된다. 반면 노인은 근육 유지를 위해 그보다 높은 섭취가 권장된다. 국제 노인영양 전문가 그룹(PROT-AGE)은 "노인은 하루 평균 체중 1㎏당 1.0~1.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Bauer 외, 2013, JAMDA). 국내에서도 대한노인병학회와 한국영양학회가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체중 1㎏당 1.2g 수준을 제안한 바 있다.
섭취의 시점도 중요하다. 우리 식단은 단백질이 저녁에 몰리고 아침에 적은 경향이 있는데 한 끼에 몰아 먹기보다 세 끼에 고르게 나누어 먹는 편이 근육 합성에 유리하다. 근육을 늘리려는 사람이라면 운동 전후의 섭취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
많이 섭취한다고 이로운 것도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고단백 식사를 한다고 해서 신장이 상한다는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고단백 섭취가 신장 기능 지표에 뚜렷한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Devries 외, 2018, J Nutr).
다만 이미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고단백이 부담이 되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도 필요량을 넘긴 단백질은 근육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남는 몫은 에너지로 쓰이거나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고단백'을 내세운 가공식품이 당류와 지방, 열량까지 함께 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백질 함량만 보고 고른 제품이 오히려 열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충제의 필요성은 '자연식품으로 충분한가'로 판단한다. 살코기와 생선, 달걀과 콩, 두부와 유제품은 필수아미노산을 고루 갖춘 좋은 단백질원이다. 씹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포만감과 다른 영양소까지 함께 얻는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식사가 보충제보다 앞선다. 단백질 보충제는 자연식품을 대체하는 물건이 아니라 식사만으로 필요량을 채우기 어려운 사람을 돕는 보조 수단이다. 씹고 삼키는 힘이 약해진 노인, 식욕이 떨어진 환자, 운동량이 많아 필요량이 크게 늘어난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반대로 이미 충분히 먹고 있는 사람에게 추가된 단백질 음료 한 병은 대체로 불필요한 열량과 지출이다.
단백질은 부족해도 지나쳐도 문제가 되는 영양소다.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한 문장은 노인과 환자에게는 중요한 경고이지만 이미 잘 먹고 있는 다수에게는 과장된 불안이 된다. 자신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먼저 가늠하는 일, 그것이 프로틴 매대 앞에서 필요한 첫 번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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