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핵심 이유로 원달러 환율을 꼽았다. 원화 가치가 지금처럼 낮은 상황에서는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시중에 불어난 통화량이 원화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왔다.
1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에) 환율이 중요한 이유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환율이 올해 들어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져 상당한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 즉 원화가치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 국제적 통화 변동 상황을 꼽았다. 그는 "(환율 상승 요인의) 4분의 3 정도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이고 "나머지 4분의 1이 우리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설명한 '우리의 요인'은 이른바 '서학개미'로 꼽히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붐 등 통화 수급 요인이다. 국내 투자자의 달러화 매입이 이어지면서 원화와 달러화 간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 원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근본 원인은 국내적으로는 통제가 어려운 글로벌 흐름에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국제적 달러화 강세 추세와 우크라이나, 이란 등에서 일어나는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원화가치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시중 통화량 증가로 인해 환율이 오른다'는 최근 일각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 총재는 이같은 주장이 "데이터와 안 맞는 이야기"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통화량 요인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 건 실제 통화량 증가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전날 한은이 발표한 '11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한 4057조5000억 원이었다.
2년 미만 금융채(+4.2조 원), 시장형상품(+2.5조 원) 등이 증가했고 2년 미만 정기예적금(-13.0조 원)은 감소했다.
이에 따라 M2 증가율은 작년 8월(8.1%) 이후 넉달 연속 8%대 증가세를 보였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2년 미만 예적금, CD, CMA 등 협의통화(M1)에 더해 국채와 지방채, 회사채 등 기타 상품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통화 개념이다. 쉽게 현금화가 가능한 모든 자산 개념으로, 시중의 통화량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다.
다만 한은은 올해부터 기존 M2에 포함하던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기로 했다. 가격 변동성이 커 M2로 집계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ETF는 Lf(금융기관유동성) 지표 항목으로 조정됐다.
이같은 새로운 집계 기준에 따른 새 M2의 11월 증가율은 4.8%였다.
역시 같은 날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3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M2(새 M2 지표 기준) 비율은 153.8%로 미국(71.4%)의 2배 이상에 달했다.
이처럼 시중에 과도하게 불어난 통화량이 원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집값을 밀어올린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 총재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M2 증가율이나 그 수준은 (취임) 이전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며 단순히 통화량 지표만을 가지고 최근의 환율 흐름을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도 M2/GDP 비율을 미국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미국은 코로나19 직후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으로 통화량이 급증하고 물가상승률이 크게 올랐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전례없이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에 나섰고 "그 결과 미국의 M2는 2022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5개월 간 이례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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