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80원에 다가가면서 위기감이 고조해 정부가 주말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가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구 부총리를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정부는 이번 간담회의 구체적인 안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 문제가 주된 논의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9.9원까지 급등해 148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현 추세대로라면 17년 만에 1500원선을 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간담회는 2주 만에 열렸다. 정부가 환율 급등으로 인해 긴급 회동을 가진 것은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수장들이 만난 이래 2주만이다.
그간 정부는 외환시장 불안이 심화하자 담당자 구두개입과 외환당국의 실개입을 병행해 대응했다. 그럼에도 원화 가치 약세가 좀처럼 잡힐 조짐이 보이지 않아 국내 물가 비상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이 달러화 약세 기조에서 벌어지는 모양이어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근본적 원인으로는 최근 글로벌 금융권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인공지능(AI) 거품론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관련주 주가가 급락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상대적 위험 통화인 원화 가치 하락세가 진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산업구조가 반도체 위주로 재편되면서 AI 거품론에 특히 취약해, 올해 수출이 역대 최대인 7000억 달러를 돌파했음에도 한국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더불어 국내 투자자금의 해외투자 증가세가 이제 구조적인 흐름으로 고착해 원화 약세 기조의 바탕이 되고 있다.
정부로서도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일단 정부는 국민연금 외화채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해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화가 외환시장이 풀리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이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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