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위수령 폐지 방침…68년 만에 역사 속으로

국방부 "위수령 위헌·위법적...시대와 안 맞아"

국방부가 21일 위수령 폐지 방침을 밝힘에 따라 최근 논란에 휩싸인 위수령은 6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을 맞았다.

국방부는 이날 "현시점에서 국방부는 위수령이 위헌·위법적이고 시대 상황에 맞지 않아 관련 절차에 따라 폐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위수령 폐지안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지안이 만들어지면 송영무 장관에게 보고하고 관련 부처 심의 등 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국방부가 위수령 폐지 방침을 내놓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군이 촛불집회 무력 진압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위수령이 논란에 휩싸인 게 계기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최근 국방부가 탄핵 정국인 작년 2월 한민구 당시 장관 지시로 위수령에 따른 군부대 출동 가능성 등을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조사결과, 문제의 문건은 작년 2월 국방부가 이철희 의원의 요구자료에 대한 답변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위수령 개정이나 폐지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보고받은 한민구 전 장관은 남북간 대치 중인 안보 현실 등을 이유로 폐지보다는 신중한 검토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도 국방부가 내부적으로 위수령 개정이나 폐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철희 의원이 거론한 국방부 문건은 위수령에 대해 "군의 병기 사용, 민간인 체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위헌이라는 견해가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수령은 1950년 3월 육군 부대 경비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제정됐다. 위수령은 군부대가 자기 보호를 위해 외부 침입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령이지만, 경비를 위해 필요할 경우 군부대가 주둔지 밖으로 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7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하사관'을 '부사관'으로 고치는 등 일부 단어를 바꾼 것 외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위수령은 군사정권 시절 군부대가 집회나 시위를 진압하는 근거 법령의 역할을 했다. 1965년 8월 한일협정 비준안 국회 통과 직후 서울 일대 병력 출동, 1971년 교련 반대 시위 때 서울 9개 대학에 대한 병력 투입, 1979년 김영삼 국회의원직 제명 당시 마산 일대 병력 출동 등이 위수령을 발동한 사례다.

위수령은 '적극적·공격적인 병기 사용'은 금지하고 있지만, '자위 차원'이나 '병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진압할 수 없을 때' 등 위급한 상황에서는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송영무 장관은 "군은 앞으로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위한 군대로서 민주주의와 국민 존중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법령과 제도를 과감히 폐지·보완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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