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의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연내처리를 공언한 '사법개혁안 6대 과제'가 본격 처리 국면을 맞았다.
국회는 12일 본회의에서 전날 오후 2시 30분께부터 시작된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24시간을 맞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표결을 통해 이를 종결시키고, 역시 여당과 진보성향 야당 중심으로(재석 160인 중 찬성 160인) 형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은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하급심 형사 사건의 판결문이라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제도상에선 제한적인 조건의 예외 경우를 제하면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경우를 중심으로 판결문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법안엔 별도의 열람·복사 제한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 공개 범위 내에서 판결문에 기재된 문자열·숫자열이 검색어로 기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앞서 법사위는 법원의 시행 준비 기간을 고려해 법 공포 후 2년 경과 후 이를 시행하도록 부칙을 달았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은 앞서 지난 10월 민주당이 제시한 6대 사법개혁 과제 중 하나다.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연내처리가 본격 시동되는 가운데,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올해 안에) 몇 개의 사법개혁안을 처리할 것인지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개혁안에 대해선 우선순위 변경이 있을 수 있지만 할 수 있는대로 연내에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형소법 개정안 처리 후, 본회의에는 은행 가산금리에 보험료·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은행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회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에 반발해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국민의힘은 이 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한편 앞서 이날 오후까지 진행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선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여야 대치 상황을 명분으로 의원직에서 사퇴한 자당 인요한 의원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향해 "내란을 청산하겠다며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악법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하며 본회의장에서 '큰절'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새벽 0시 30분께 본회의 단상에 오른 송 의원은 인 의원 사퇴 사례를 언급하며 "서로를 탓하며 대한민국에서 있어선 안 되는 비상계엄이 초래됐다"며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인 의원의 마음을 되새기면서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국민께 큰절로 사죄의 마음을 표하겠다"고 말하고 단상 뒤로 물러나 큰절을 올렸다.
전날 필리버스터 시작 시 첫 주자로 나섰던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자당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의제와 상관 없는 발언'이란 이유로 중단시킨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판하며 '스케치북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곽 의원은 연단에 서서 준비해 온 스케치북을 펼쳤고, 해당 스케치북엔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는 문구들이 담겼다. 곽 의원은 이를 직접 넘겨가며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따왔다. 성탄절 느낌도 내봤다"고 설명했다.
곽 의원은 연단에 오르기 전에는 우 의장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5초가량 길게 인사하는 작위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역시 9일 본회의에서 나 의원이 인사를 생략하고 연단에 오르자 이를 문제 삼은 우 의장을 비꼰 행위로 풀이됐다.
이에 본회의에선 국민의힘 측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의 "피켓 내리라"는 등 고성의 비판이 나왔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에 반응해 "8대 악법 철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쳐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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