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의 단체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11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애초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비쟁점 안건'에 속했지만, 여당이 추진하는 8가지 쟁점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모든 법안에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다'는 국민의힘 기조에 따라 이달 첫 필리버스터 대상이 됐던 법안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여러 불공정 행위로부터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가맹점주들의 권리 강화를 위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여야 의원 241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238표, 기권 3표(강명구·신성범·주호영)로 가결했다. 반대표는 없었다.
앞서 12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자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국민의힘은 이 법안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른 안건들의 처리를 막는 목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점주에게 적용되던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비용 청구,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 등 지위 남용 행위 금지 조항을 가맹지역본부에도 적용하는 내용을 담는다. 또한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대표성 확보 및 협상력 제고를 위해 등록제를 도입하고, 가맹본부가 등록된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이 와 법안 통과 과정을 지켜봤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법 개정은 가맹점주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과 불공정 거래 행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시작이다. 처음 개정안이 발의된 뒤부터 오늘까지 근 10년이 지났다"며 "장기 경기 침체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이 대기업 본사와 교섭을 통해 거래조건을 개선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 또한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법안 통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원식 "나경원 필리버스터 제지는 합당한 조치"…국민의힘, 禹 사퇴 결의안 제출
우 의장과 여당, 국민의힘은 이어 지난 9일 본회의 상황을 놓고 대치를 이어갔다. 가맹사업법 통과에 이어 형사사건의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또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첫 토론자로 나선 곽규택 의원은 단상 위에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힌 팻말을 내걸고 발언에 돌입했다.
지난 9일 우 의장이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에 '법안과 상관없는 내용의 토론'이라며 몇 차례 마이크를 끄고, 중단 조치한 것에 재차 항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우 의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의장 우원식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거듭된 항의에 우 의장은 "나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제지한 건 국회법에 따른 합당한 조치"라며 "의장의 조치는 과거 사례에 비쳐서도 온당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우 의장은 이날 피켓을 들고 연단에 선 곽 의원에게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신 "회의를 방해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국회법을 본인이 계속 어기겠다고 한다. 그것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만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 등 이른바 '8대 악법'을 막기 위해 12월 임시국회 동안 민생 법안을 비롯한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진행한 의원총회에서 "향후 이 8대 악법이 철회될 때까지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가장 필요한 건 흔들림 없는 의지"(김병기 원내대표)라며 쟁점 법안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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