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 죽음 진실 밝혀지길"…故 뚜안 아버지, 대통령실 앞 농성 돌입

40일 지났지만 진상규명 '제자리걸음'…죽음의 원인, 강제단속 중단도 촉구

"아버지로서의 생각은 늘 똑같습니다. 제 딸 아이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고 딸아이가 명예롭게 떠날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 고(故) 뚜안 씨 아버지 부반숭 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를 빌미로 한 정부의 이주민 강제단속 중 25살 베트남 청년 뚜안 씨가 숨진 지 40일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버지 부반숭 씨는 그간 거리를 헤맸다.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단속을 벌인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 딸을 위한 추모 분향소를 차렸다. 하얀 민복을 입고 한겨울 추위 속 서울 한복판에서 오체투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뚜안 씨 죽음을 외면 중이다.

부반숭 씨는 결국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26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억울하고 아픈 마음을 대통령께 직접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하늘에 감사드릴 것입니다"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말과 함께였다.

▲ 고(故) 뚜안 사망사건 대응을 위한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뚜안 씨 죽음 진상규명 및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에 돌입하며 기자회견에 고인의 아버지 부반숭 씨가 딸의 영정을 들고 함께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9일 고(故) 뚜안 사망사건 대응을 위한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뚜안 씨 죽음의 진상규명과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부반숭 씨도 딸의 영정을 들고 함께했다.

단체들은 "이것은 단지 한 사람의 죽음을 기리는 자리가 아니다. 국가가 만든 폭력에 의해 스러진 생명 앞에서 정부가 끝내 외면하고 있는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이라고 이번 농성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APEC 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실시한 미등록 이주민 2차 합동단속 과정에서 한 청년이 사망했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정부는 사과, 설명, 책임 어느 것도 내놓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단체들은 또 "대통령실 경청수석 면담에서는 전 정권의 '미등록 이주민 50% 감축 5개년 계획'을 이재명 정부가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한 달 동안 드러난 정부의 태도는 분명하다. 진상규명 없이, 책임 없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이주노동자들은 이 땅의 산업을 지탱하는 노동자"라며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고 호소했다. 이어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이 바로 세워질 때까지,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이 두려움이 아니라 존엄과 권리를 갖고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이 곳 대통령실 앞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40여 명이 함께 했다.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먹고 살려고 대한민국에 와서 아무도 안 하려는 힘든 일을 하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살아보려고 하는 것이 왜 불법인가. 일해서 먹고 사는 것이 왜 범죄인가"라며 정부의 단속 일변도 미등록 이주민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께 요청한다. 뚜안님의 유족을 만나 사과해달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국인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삶의 모든 현장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뚜안 씨가 숨진 강제단속과 관련해 "법무부는 국회의원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마다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도대체 무엇을 더 숨기려 하나. 뚜안 씨 부모님과 여기 모인 우리는 진상을 알아야겠다"고 강조했다.

뚜안 씨는 지난 10월 28일 대구의 한 자동차공장에서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피하다 숨졌다. 2019년 유학생 비자(D-4)로 입국한 그는 대학 졸업 뒤 구직 비자(D-10)로 한국에 체류 중이었다. 해당 비자의 직업 제한으로는 전공을 살린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해당 공장에 취업해 있었다.

사망 직전 뚜안 씨는 단속을 피해 공장 내 3층 높이 에어컨 실외기 보관소에 세 시간가량 숨어 있었다. 뚜안 씨가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는 '나는 숨어 있어. 무서워. 지금 8명이 잡혔다고 해. 조금 전 내가 있는 곳으로 출입국이 왔어. 너무 무서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세워진 '강제단속 즉각 중단, 고 뚜안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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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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