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을 둘러싼 당내 반발과 관련해 "나는 1인 1표제를 공약했다. 공약 이행의 의무가 저한테는 있는 것"이라며 "당원들이 그 부분을 받아들였고 저를 선출해줬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당의) 가장 큰 기구는 전당대회다. 거기서 당원들이 (1인 1표제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서도 "가장 민주적인 숙의 절차가 전당대회다. 국민투표와 같다. 그래서 이 부분은 공약을 실천하고 당원끼리 약속을 지키는 문제"라며 "제 개인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그 과정을 다시 밟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1인 1표제 시행은) 당원주권TF를 만들어 장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해 의결도 했고, 최고위에 보고도 됐고, 지구당 전체 워크숍에서도 보고됐다"며 "사무총장이 전략·취약 지역(위원장)을 만나 설명도 했고 그랬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의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효과를 낳는 1인 1표제를 성급히 시행할 시 인구 대비 당원 수가 부족한 '험지'가 피해를 본다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정 대표는 "지역위원장들이 보완책을 만들자고 해서 이미 (당규 개정안) 안에 (보완책이) 있다"며 "충분한 과정이 있었다"고 거듭 강조헀다.
정 대표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논의가 필요해서 중앙위원회를 1주일 연기했다"며 "이 당헌개정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셨던 의원들을 포함해서 지금 '대의원 역할 재정립'을 위한 TF도 만들었다"고 했다.
다만 정 대표는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서 중앙위에 임하겠다"면서도 "당원들이 어떤지는 세세히 못들어봤지만 적어도 국회의원 중에 반대한다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해 1인 1표제 자체의 당위성은 강조했다.
앞서 지도부는 1인 1표제 등 당원주권 관련 당규개정을 위한 전당원투표를 실시하려 했지만, 절차적 정당성 논쟁 끝에 지난 19~20일 전당원 '의견청취'로 형식을 수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후 정 대표는 16.8%의 참여율로 끝난 해당 조사를 두고 "(찬성율) 90%에 가까운 당원의 뜻"이라며 당규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해당 안건의 당무위원회 부의 과정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이 이에 공개 반발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강득구·윤종군 의원 등 친명(親이재명)계의 반발이 두드러졌고, 지도부는 보완책 마련 및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견을 받아들여 해당 안건의 중앙위원회 의결을 일주일 연기한 상태다.
그러나 윤 의원이 지도부의 중앙위 의결 연기를 두고 "아무래도 당의 대의 체제를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주일 가지고 이제 이게 뭐 충분하냐 이런 논란이 있을 수가 있다"(26일 KBS 라디오 인터뷰)고 꼬집는 등, '의결은 연기하되 개정은 강행' 취지의 지도부 입장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권칠승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앙위 연기를 두고 "일주일 연장하면 또 완전히 새로운 무슨 안이 나올 것인가?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그 자체가 또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권 의원은 "1인 1표제를 향해서 나가는 건 맞다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지금도 당내에서 정책에 대한 전 당원 투표를 통해서 결정할 때, 당의 진로에 대해서 결정할 때 그때는 다 1인 1표로 한다다. 온라인 투표를 할 때 1인 1표로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선거제도를 예로 들어 "하원 같은 경우에는 철저하게 인구 비례니까 사실상 1인 1표를 반영해 준다. 그런데 상원 같은 경우에는 각 주마다 2명씩 뽑으니까 주 내에서는 1인 1표지만 전체를 모아 놓으면 1표의 비중이 다른 것"이라고 했다.
당내 공직 선거 과정에서의 '여론조사 비율'을 예로 들면서는 "여론조사는 보통 많이 해봐야 1500명, 2000명 수준이다. 그렇게 보면 그거야말로 (표 비율이) '1 : 1000' 정도 되는 것"이라며 "사실 당원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보면 그냥 운으로 전화를 받아서 답변한 일반 국민들의 표의 비중이 당원들에 비해서 한 1000배 정도 되는 또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하는 (여론조사의) 명분은 아주 좋지만 사실상 이런 부분들은 좀 1인 1표제의 정신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라며 "이게 해묵은 논쟁이다 보니까 이런 부분들 이번에 한번 다 모아서 논쟁을 하고 그다음에 내친김에 의결 정족수 문제도...(같이 다뤄야 한다)"고 했다.
역시 1인 1표제 시행을 위해선 다양한 상황과 쟁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일종의 '신중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원들 사이에선 친명 성향의 당원들 955명이 지도부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절차적 쿠데타"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공동으로 신청하는 등 거친 반응도 불거지고 있다.
친명 성향 유튜브 채널들을 중심으로 한 이들 신청인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청래 대표 지도부는 당의 주인인 당원의 목소리를 짓밟고, 오직 소수 지도부의 사적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당의 헌법인 당헌·당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1인 1표제는 현재 '20 : 1'의 비율인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가치를 '1 : 1'로 동일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뜻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재임 시절부터 대의원의 투표가치를 하향 조정해왔는데, 이는 각 선거 공천이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교적 당내 기반이 약한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역시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최고위에서 지도부에 공개 반발했을 당시, 1인 1표제가 '이 대통령 당대표 재임 시절부터 추진돼온 것'이라는 지도부 측 입장을 두고 "이재명 당대표께서는 대의원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까지 가는 것은 취약지역에 대한 우려, 그리고 여러 문제들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그 정도로 하자'고 하셨다"는 등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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