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돈벼락! 이재명 정부가 당장 해야할 일은?

[월간 프레시안]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②

이재명 대통령이 5월 들어 두 차례나 '긴축 재정론'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 실장이 '국민배당금'을 제안하고 나선 것도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 때문이다.

재정 전문가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초과세수 논쟁의 핵심은 초과세수가 아니다"면서 "중장기적 차원에서 '세수 증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과 세수란 예산, 즉 예상 세입보다 실제로 더 많이 걷힌 세수를 뜻한다. 올해 국세수입 본예산은 395조 원이었는데, 실제로는 여기서 약 50조 원가량이 더 걷힐 것으로 예측된다고 이 연구위원은 밝혔다. 본예산 추계를 지나치게 낮게 잡은 탓에 '초과' 세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세수 증대는 전년도 대비 세수가 얼마나 더 늘었느냐를 따지는 개념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조 원이 무조건 넘습니다. 내년에는 예산 추계를 제대로 하면 초과 세수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대신 세수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증대되는 것이죠."

결국 지금의 논의를 '올해 더 들어온 세수를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기술적 고민에 가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도, 내년도, 내후년도 지속적으로 세수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쓸 게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통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90.86포인트(3.55%) 오른 8476.15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내년 법인세 150조 예상, 500조 세수를 어떻게 쓸 것인가

최근 김용범 정책실장이 SNS를 통해 'AI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의 노력만으로 된 게 아니니, 초과세수 일부를 국민에게 직접 돌려주는 국민배당금제를 고민해보자'고 제안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연구위원은 김용범 실장의 글을 '국민배당'이란 특정 단어만 보지 말고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핵심은 사실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든 SK하이닉스든 기업이 이익을 내면 법인세는 자동으로 늘어난다. 국가는 가만히 있어도 어마어마한 법인세가 들어온다. 실제로 내년에는 법인세 세수가 150조 원을 넘어 소득세보다 더 많이 걷힐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통상 소득세(110조)가 법인세(80조)보다 컸는데, 내년에는 이 구도가 역전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추가로 돈을 더 내라는 게 아닙니다. 자동으로 들어오는 법인세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잘 쓰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인데, '국민배당'이라는 표현 때문에 법인세를 현금으로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배당'이나 '초과 이윤'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기보다,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500조 원이 넘는 세수를 어떻게 쓸 것인가.

세수 풍년의 역설, 양극화 원년의 시작

그러나 이 '행복한 고민'이 모두에게 행복하지는 않다. 올해 1분기 국내 20대 대기업의 영업이익 가운데 무려 9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독식했다. 코스피가 8000선을 넘어섰지만, 그 과실도 사실상 두 회사에 집중돼 있다.

"저는 올해와 내년을 세수 풍년인 동시에 양극화 원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양극화가 '매우 심한 편'이었다면, 지금부터는 훨씬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늘어난 세수로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이 연구위원은 새로운 제도를 고민하기 보다는 현재 있는 복지제도를 더 두텁게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미 좋은 제도가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입니다."

현재 생계급여 수급 기준은 중위소득의 32% 이하다. 빈곤층의 일반적인 기준인 중위소득 5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중위소득 60%까지를 빈곤층으로 보고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때 기존 30%를 32%로 올렸는데, 이재명 정부는 아직 이를 더 올리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지 않더라도,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세제(EITC) 등 기존 제도를 내실 있게 강화하면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이 더 두텁게 복지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32%를 34%, 35%로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늘어난 세수, 어디에 써야 하나

세수를 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국가 부채를 갚는 것, 소비를 늘리는 것, 그리고 투자를 하는 것. 이 가운데 이 연구위원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투자, 특히 에너지 인프라 투자다.

"투자를 하면 GDP가 상승합니다. GDP가 오르면 빚을 직접 갚지 않아도 국가 부채비율이 낮아집니다. 재정 건전성이란 부채의 총량이 아니라 GDP 대비 부채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에너지 인프라인가. 이 연구위원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공지능 전환(AX)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GX)인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의 재생에너지 수준은 경제 규모에 비해 선진국 최하위다. "뒤처진 편"이 아니라 "최하위 수준"이다.

"매년 500조 원이 넘는 세수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국가가 에너지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한다면, GDP는 더 성장하고 국가 부채비율은 자동으로 낮아집니다. 소비로 후생을 높이는 것도 의미 있지만, 투자는 후생 증진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내년 500조 세수 풍년! 삼전·닉스 호황에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 ② l 이상민 연구위원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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