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8시 정도에 출근해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소분과 적재를 합니다. 물품을 소분하는 과정 자체가 중노동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몸은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 박원대 택배노조 쿠팡부산지회장
"배송지와 연계된 프레시백만 걷으면 된다는 홍용준 쿠팡CLS 대표의 말은 거짓말입니다. 대리점재계약지표에 프레시백 회수율 기준이 있고 당연히 대리점은 기사들에게 프레시백을 더 걷으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 박형석 택배노조 쿠팡울산지회장
지난해 1월 국회 청문회를 전후로 쿠팡이 과로 유발 요인으로 지적된 분류작업, 프레시백 회수 업무 등의 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와 당사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진보당 등으로 이뤄진 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단은 23일 국회에서 '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 결과 발표 및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쿠팡이 약속한 과로사 대책을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보상 개선방안 마련 △프레시백 회수 강요 금지 △일정기간 정해진 배달시간 수행률에 미달할 경우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 개선 등으로 정리했다.
이어 지난 7~8월 쿠팡 택배노동자 510명 설문으로 작성한 '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보면, 응답자 88.9%는 여전히 '분류작업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프레시백 회수 업무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94.9%, 클렌징 제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92%였다.
다만 이 중 클렌징 제도는 지난 2월 폐지됐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클렌징 제도 개선을 통해 이뤄야 하는 것은 "빠른 속도를 담보하는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라며 "이번 결과에서 드러나듯 현장에서는 배송 속도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대회에서는 쿠팡의 당사자 증언도 나왔다. 서울에서 퀵플렉서(개인사업자 택배기사)로 일하는 조남인 씨는 "지난 9월 무게 20킬로그램에 가로 1.2미터, 세로 0.8미터 크기 대형 욕실장을 배송하다 허리를 다쳐 3주 진단을 받고 산재를 신청한 뒤 치료 중에 있다"며 "헬스바이크, 원목책장, 서랍장, 매트리스, 병원침대 등 화물에 가까운 물품을 정말 수도 없이 나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쿠팡이 이런 물품을 나르게 하며 지급하는 수수료는 "크기, 무게와 상관 없이 650원"이라며 "이런 근무환경 때문에 근골격계 부상과 통증이 너무 자주 발생한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야간 택배기사 A씨는 지난 대선 뒤 "이제부터 야간 일은 주 5일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자신을 고용한 하청 배송업체가 쿠팡 배송업무를 위해 써야 하는 앱에 주 5일은 A씨 아이디로, 1일은 회사 아이디로 접속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속여가며 기사들을 주 6일 일 시키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쿠팡이 실제 업무를 하는 기사와 그 기사가 사용하는 아이디를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문제 삼지 않다 보니 이런 식으로 일하는 곳이 더 있다고 알고 있다"며 "주 5일만 일해도 누구보다 많은 수익과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다는 쿠팡의 광고는 실제와는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원래 휴무일이던 날에 회사가 자신도 모르게 근무를 배정하며 12일 연속 근무를 시키려 해 '일을 못한다'고 했더니 대체인력을 구해야 한다며 "용차비 70만 5000원을 임의대로 갈취해 갔다"고 했다. 이어 "이는 엄연한 횡포이자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박원대 택배노조 쿠팡부산지회장은 "쿠팡의 로켓배송은 혁신적인 시스템에 의한 배송시간 단축이 아니라 배송기사의 피와 땀을 짜내 만들어진 그야말로 착취의 시스템"이라며 "생존을 볼모로 우리의 피와 살을 쥐어짜는 착취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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