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활동 이유로 감점·해고"…쿠팡에 제동 건 법원

쿠팡 전·현직 노조 간부 2명,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1심 승소

쿠팡이 합리성을 결여한 평가를 통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 간부인 계약직 노동자 2명을 부당해고했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해고가 '노조 탄압'의 일환이었다는 주장도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덕)는 11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의 김은희 전 부천신선분회장과 홍익표 고양분회장이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1심 소송에서 두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쿠팡은 만 22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신청하면, 평가를 거쳐 기준점 이상을 획득한 경우에 한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기간제법상 2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22개월 차에 전환 평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분회장과 홍 분회장은 각각 2020년 12월, 2021년 6월 쿠팡물류센터에 입사했고, 쿠팡이 제시한 근무기간을 채운 뒤 무기계약직 전환을 신청했지만, 기준점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입사 2년 째가 되던 때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김 전 분회장 판결에서 재판부는 "정량평가 중 근태, 징계 부분은 그 점수 산정에 있어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정성평가 부분도 모두 객관성, 합리성, 공정성을 결여했으므로 참가인의 무기계약직 전환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홍 분회장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쿠팡이 만든 정성평가 항목의 자의성 및 이전에 있었던 두 번의 근로계약 갱신 정성평가 때(-4점, -6점)에 비해 무기계약 전환 정성평가 때 급격한 감점(-21점)이 이뤄진 점 등을 지적한 뒤 "평가의 합리성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부당해고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두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 과정에서 쿠팡이 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를 부당하게 침해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주장도 인정했다.

김 전 분회장 판결에서 재판부는 "참가인(쿠팡풀필먼트서비스)은 원고가 노조 활동을 위해 조퇴를 사용한 사실을 알고 이를 승인했는데도,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그 조퇴 사용을 근태 부분에서 감점 사유로 반영했다"며 "이는 노조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했다.

홍 분회장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이 사건 평가 중 정성평가 항목의 감점 대부분은 노조 활동과 직접 관계돼 있다"며 "이는 노조 활동에 대한 참가인의 부정적 의사가 상당히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참가인이 일용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만든 블랙리스트에도 노조 간부가 다수 포함돼있었다"고 지적했다.

판결 직후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이번 1심 판결 내용을 수용해야 한다"며 "김은희, 홍익표, 두 노조 전현직 간부에게 행한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이 둘을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 발언도 이어졌다. 김 전 분회장은 그간 자신의 복직을 위해 함께해 준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덕분에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다"고 밝힌 뒤 "조금이라도 나이가 덜 먹었을 때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쿠팡 사측이 항소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분회장은 "오늘 1심 선고 결과는 쿠팡이 그동안 얼마나 노조를 탄압하고 억압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쿠팡은 이제 더 이상 노조를 외면하지 말고, 해고된 노동자를 즉각 원직에 복직시키고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원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은 쿠팡 노조 간부는 세 명이 됐다. 앞서 지난 5월 최효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이 부당해고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 공공운수노조가 11일 서울 서초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쿠팡물류센터지회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1심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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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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