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사실상 봉쇄한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무기한" 판매하고 대금 전액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인근서 마약운반의심선 폭격, 유조선 나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생포 끝에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 석유 장악 목적을 노골화한 것이다.
공화당에서도 도덕성 결여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미 석유 기업들은 위험 부담 탓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보도다.
7일(이하 현지시간) 미 에너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 정부가 베네수엘라 원유를 세계 시장에 팔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판매가 "3000만~5000만배럴 규모로 즉시 시작돼 무기한 계속된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베네수엘라 원유 및 석유 제품 판매 대금 전액은 먼저 미국이 관리하는 계좌에 입금된다"며 이는 "수익금 최종 배분의 적법성과 투명성 보장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자금은 미 정부의 재량 아래 미국인 및 베네수엘라인의 이익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부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세계 시장 판매를 위해 선별적으로 제재를 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 장관은 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에너지 컨퍼런스에 모인 에너지 업계 임원들에 이 같은 내용을 밝히고 판매 수익이 "베네수엘라로 다시 들어가 베네수엘라인들에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 반드시 일어나야 할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원유 판매에 대한 영향력과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 판매 수익이 어떤 방식으로 베네수엘라에 분배될지는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베네수엘라가 이 대금으로 "미국산 물건만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매품엔 미국 농산물, 미국산 약품, 의료기기, 베네수엘라 전력망 및 에너지 시설 개선을 위한 장비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주요 파트너로 삼아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건 현명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WP "베네수 원유 전량 미국으로 보내도록 강요하는 전례 없는 방식"…미, 유조선 2척 추가 나포도
미국이 제재 대상 원유 및 유조선을 단속한다며 카리브해에 군함을 동원한 상황에서 수출길이 막힌 베네수엘라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이트 장관이 제시한 틀은 "본질적으로 다른 나라에 그 나라 원유 전량을 미국으로 보내도록 강요하는 전례 없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베네수엘라가 처한 현실을 노골적으로 짚었다. 7일 루비오 장관은 취재진에 "우리가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베네수엘라)은 우리 허락 없이 그것(원유)을 이동시킬 수 없다"며 베네수엘라가 "현재 원유로 아무 수입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가 "원유를 수출하고 수입을 창출해 경제 붕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미국과의 협력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제재로 인한 "할인가가 아닌 시장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날 유조선 2척을 추가 나포하기도 했다. 미 유럽사령부는 7일 원유를 싣기 위해 베네수엘라로 향하다 도주한 제재 대상 유조선 벨라1호를 북대서양에서 나포했다고 밝혔다. 나포를 도운 영국 정부에 따르면 이 배는 러시아로 향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21일부터 도주 중이던 이 배는 지난달 24일 러시아 국적을 부여 받고 이름도 마리네라호로 바꿨다. 러 국영 <타스> 통신을 보면 7일 러 교통부는 미군이 공해상에서 마리네라호에 승선했다며 이는 유엔 해양법 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카리브해와 남미를 관할하는 미 남부사령부는 이날 무국적 제재 대상 유조선 소피아호 또한 나포됐다고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7일 베네수엘라가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이 되는 에너지 관계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석유 기업 진출부터'…베네수 권력 이양 감시는 '뒷전'
이미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상황에서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3단계 계획을 갖고 접근 중이며 정권 이양 감독은 미 기업의 베네수엘라 접근 보장 뒤 마지막 단계에 속한다고 밝혔다.
7일 루비오 장관은 취재진에 계획 첫 단계는 "국가 안정화"로 미국이 이미 "봉쇄"를 통해 이 단계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루비오 장관은 두 번째 단계를 "회복"으로 칭했는데 이는 "미국, 서방 및 다른 나라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시장에 공정하게 접근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석유 기업의 베네수엘라 진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루비오 장관은 이 단계에서 반대파 사면 등 "화해" 과정도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물론 세 번째 단계는 이양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에게 3단계 계획을 포함해 베네수엘라 작전에 대한 의회 브리핑을 받은 이날 민주당에선 "미친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취재진에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 원유를 무기한 무력으로 강탈해 그 나라를 조종하려 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계획의 규모와 광기는 완전히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레고리 믹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우린 마약에서 정권 교체, 이어 석유로 넘어갔다"며 법적 문제를 포함해 베네수엘라 작전에 대한 "정당성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거 일정 등 정권 전환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재러드 모스코위츠 민주당 하원의원은 "즉시"는 아니라도 "선거 일정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돈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은 7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많은 미국인들이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으며 석유가 정권 교체 결정의 동력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우린 도덕성이 결여된 거래적 외교 정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들이 아닌 마두로 정권 부통령 로드리게스와 협력하는 것을 지적하며 "미국은 불법적 지도자를 지원해 석유 자원을 손에 넣으려는 욕망이 아니라 이타적 목표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 결정은 미국과 세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 위험 부담에 베네수 진출 '난색'
트럼프 정부가 미 석유 기업의 베네수엘라 재진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위험 부담 탓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보도다. 7일 미 CNN 방송은 에너지 로비스트를 인용해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이 최근 며칠간 석유 업계에 필사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우리가 너희를 위해 뭘 했는지 보라'며 (업계에) 나서라는 식"으로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고 방송에 설명했다.
그러나 우고 차베스 정권 때 국유화로 자산이 몰수된 경험이 있는 데다 베네수엘라의 현 정치·사회 상황도 안정되지 않았다고 보는 에너지 업계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 CNN을 보면 또 다른 에너지 로비스트는 마두로 생포 뒤 과도 정부의 탄압과 민병대 활동 등에 대한 보도로 업계 경영진이 겁에 질린 상황이라며 "아무도 트럼프를 화나게 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트럼프)는 기업들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렸다"고 토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방송에 베네수엘라에 관련 전문 기술과 장비 또한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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