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노동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노동정책연구회의 노동조합법 분과장인 이승욱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청소, 경비는 원청 사업에 필수적인 업무가 아니라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하청 노동자는 노란봉투법 적용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 반발이 일었다.
다수의 대학·공공기관 청소·경비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는 16일 서울 서대문 이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청소, 경비직은 필수노동인 것이 상식"이라며 "진짜 사장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의 분석은 지난 5일 한국노총이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연 '개정 노조법의 의의와 한국노총의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한 발제문에 담겼다.
이 교수는 과거 하청 노동자의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CJ 대한통운 사건 중앙노동위원회 판결에서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그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며 이 때문에 "청소·경비 용역은 (노란봉투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 있음"이라고 썼다.
해당 발제문은 노란봉투법 적용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논쟁 지점을 살피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지만,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지 않은 사업의 사례로 청소, 경비를 꼽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노조에서 나왔다.
이성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장은 이에 대해 "업무통제, 지휘, 감독 등 진짜 사장 역할을 하면서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 온 원청 사용자에게 이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고 생각했는데 '청소, 경비 노동이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지 않아 원청과 교섭이 어렵다'는 것은 신박한 헛소리"라고 질타했다.
10여년 간 이대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해왔다고 밝힌 서울지부 조합원 이애경 씨도 이 교수에게 "우리가 하는 일이 대학에서 필수적인 내용이 아닌가"라며 "우리가 매일 같이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부터 강의실, 책상까지 쓸고 닦고 관리하지 않아도 이 커다란 대학 건물이 멀쩡하게 유지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어 "원청인 이대가 우리의 임금 수준을 사실상 결정하고, 근무인원과 업무량, 기타 노동조건도 결국 원청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며 "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이화여대와 만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교섭조차 못하게 막아선다면 그걸 제대로 된 법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은 이 교수에게 이날 회견에서 나온 비판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이 교수는 답변을 거부했다.
노동정책연구회는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려는 목적에서 지난 7월 30일 출범한 전문가 그룹으로,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박수근 한양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있다.
27인의 전문가 구성을 확정한 출범 당일 회의에는 고용노동부 차관과 소관 과장 등도 참석해 연구회 운영계획, 분과별 논의과제 및 일정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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