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 길어져야 이윤이 커지는 이상한 기업이 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노란봉투법에 대한 '억지 주장'을 반박한다

점유율 1% 붕괴, 노란봉투법 통과 … 한국GM, 국내 철수설 현실화되나 <서울신문>

한국GM 철수 서두르나 … 관세 압박에 노란봉투법 '설상가상' <데일리안>

노란봉투법에 떨고 있는 한국지엠 … 차업계 관세 위기 속 파업 도미노 <브릿지경제>

'한국지엠 철수설 메뉴판'은 가짜뉴스 사계절 컬렉션이다. 불법파견 문제 때문에 철수한다,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 때문에 철수한다, 남북관계 리스크 때문에 철수한다…. 올 초에는 트럼프 관세 때문에 철수한다, 여름에는 현대차-GM 전략적 협력 때문에 철수한다. 그러다 이제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때문에 철수한다?

가짜뉴스 사계절 컬렉션

이제는 하다하다 한국지엠 내수판매가 줄어드는 것까지 노란봉투법과 연관시킨다. 그래프만 보더라도 한국지엠 내수 판매와 노조법 2조 개정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 쉽게 입증된다. 아래 그래프만 봐도 알 수 있듯 한국지엠 내수판매가 줄어든 건 이미 몇 년 전부터니까 말이다.

▲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집계한 판매량 수치를 참조해 한국지엠 연도별 판매량을 수출 비중과 내수 비중으로 나눠 그린 그래프.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만일 한국지엠 내수판매가 노란봉투법 영향을 받은 거라면, GM은 2021년부터 이미 노조법 2·3조 개정을 예견했다는 말이 된다. 노동기본권에 적대적이었던 윤석열 정부가 등장하기 전부터, 그리고 윤석열이 집권해 온갖 제도개선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도, 윤석열이 탄핵되고 이재명이 당선되어 기필코 노조법 2·3조를 개정할 것이라고 굳게 굳게 믿었다는 얘기인가?

이쯤 되면 <인사이드경제>도 오기가 발동한다. 노조법 2·3조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8월 24일을 기점으로 한국에 벌어진 변화를 추적해봤다. 놀랍게도 8월 24일 이후 습도와 비오는 날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노란봉투법이 아시아·태평양 지대 수증기라도 유혹한 것일까? 아니면 법 통과가 수증기 응집 촉매제라도 된 것일까.

수증기가 노란봉투법 보고 몰려왔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8월 24일 이후 택배가 지연되는 일이 잦아졌고, 프로야구 연패 팀이 늘어났다. 노조법 개정 충격파가 물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KBO 선수들 사기 저하라도 유발한 것일까? 같은 시기 자판기 현금 사용도 증가했는데, 노란봉투법 연상 효과로 벌써부터 서민들이 신용카드 대신 현금으로 회귀한 것일까?

자본가, 그리고 우익의 입장에서는 지금 벌어지는 모든 사회현상이 다 노조법 2·3조 개정, 즉 노란봉투법에 기인한다고 우기고 싶은 모양이다. 이러다간 조지아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단속·억류당한 사건까지도 노조법 탓을 할 판이다. 그런 억지가 성립한다면 왜 이런 뉴스들은 나오지 않는 걸까?

헬스장 러닝머신 품귀, 노란봉투법 소송 대비 체력훈련 붐?

습도와 비 오는 날 급증, 노란봉투가 수증기 응집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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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길어지면 GM 이윤 증가?

심사가 더 꼬이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하는데 나라고 못할쏘냐. 내가 가진 능력을 한번 발휘해 보마. 지금부터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내용 하나를 입증해 보이겠다. 오직 객관적인 데이터만 사용해서 말이다. 아래 표는 최근 4년 간 한국지엠 연도별 노동조합 파업시간, 연도별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을 나타내본 것이다.

▲ 2021~2024년 한국지엠 연도별 파업시간·영업이익·당기순이익을 표로 나타낸 것.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정말 놀랍지 않은가? 노동조합이 파업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한국지엠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하늘을 찌를 듯 상승하고 있으니 말이다. "파업을 더 열심히 해야 한국지엠은 이윤을 많이 낸다"는 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입증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언론에서는 노조에 더 열심히 파업을 하라고 독려를 해주셔야 할 것 같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가짜 뉴스 OUT, 책임 보도 IN

이렇게 그래프까지 멋들어지게 곁들이면 진짜로 사실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사실을 말이다. 제대로 된 팩트는 뭘까? "파업과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가끔 파업 때문에 영업이익 줄어든다는 가짜 뉴스들도 나오는데, 그 반증 사례로 나는 한국지엠 데이터를 적극 제시하고 싶다.)

노란봉투법, 즉 노조법 2·3조 개정 때문에 GM이 철수한다는 얘기 또한 명백한 가짜뉴스다. 원청의 책임과 의무, 이런 내용은 GM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GM은 오래 전부터 'GM 협력사 행동지침'이라는 것을 만들어 공급망에 속한 모든 협력업체들이 소속 노동자에게 제대로된 인권을, 적정임금을,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직접 GM에 접촉하여 보고할 권리까지도 명시하고 있다.

<GM 협력사 행동지침(GM Supplier Code of Conduct) 주요 내용>

■ 인권 : 지엠은 모든 협력사가 인권에 대한 악영향을 방지, 경감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관련 프로세스를 구비할 것을 기대한다. 협력사가 공급망 전체에 걸쳐 지엠의 인권 정책 또는 이와 동등한 기대치를 준수하고 전파할 것이 기대되고 요구된다.

■ 임금 및 혜택 : 협력사 및 해당 고용기관은 최저 임금, 시간외 근무 시간, 병가, 법정 혜택을 포함하는 모든 해당 법 및 규정을 준수하고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7조와 일치하는 임금, 혜택, 보상을 지급한다. … 근로자는 동일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을 받아야 하며 이는 법적 최저 기준 이상의 임금이 공정히 지급되는 것을 포함한다.

■ 취약 집단 : 협력사는 사업장 및 공급망 내에서 취약 집단, 특히 여성, 원주민, 아동 및 이주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 보건 및 안전 : 협력사는 법적 기준을 충족 또는 초과하는 청결하고 건강하며 안전한 근무 환경을 근로자에게 제공한다. 협력사는 작업장 안전 사고 제로화라는 목표를 추진하는 직원 안전 절차서 및 추적 관리 도구를 구비하고 있다. 협력사 직원은 이러한 기준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할 것을 거부하고 이런 상황을 보고할 권리가 있다. 또한 협력사는 자신의 시설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도급직의 보건 및 안전을 적절히 관리한다.

그뿐이 아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개정된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자동차가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차량 가치의 일정 비율(승용 40%, 픽업/경트럭 45%)이 시간당 $16 이상(기본급만, 수당/복지는 제외) 받는 공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믿기 힘들면 USTR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아래 URL 참조)

https://ustr.gov/trade-agreements/free-trade-agreements/united-states-mexico-canada-agreement/fact-sheets/rebalancing?utm_source=chatgpt.com

부품사 수백개와 교섭해야 한다?

노조법 2·3조가 개정되면 한국지엠 같은 원청사는 부품사와 공급망 하청업체 수십~수백 개 업체로부터 교섭 요구 등 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도 명백한 가짜 뉴스라 할 수 있다. 한국지엠 구매 파트는 수십~수백 개 협력업체를 1년 365일, 주 7일 24시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건 한국지엠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완성차업체, 조선사, 제철소 등 제조업 대기업 구매 부서 모두 똑같이 하고 있는 일이다.

구매 부서에서 관리하는 내용은 노사 임단협에서 논의할 만한 내용과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문제없이 부품을 납품받기 위해서는 해당 협력사의 경영상태, 인사노무관리 실태, 직원수, 정직원과 임시직원 비율, 임금 및 복지실태, 노사관계 이슈 등등 시쳇말로 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 모두가 각각 교섭을 요구해도 큰 부담이 없을 정도로 관리 수준이 철저하다.

이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중소기업협회 등 사용자단체가 노조법 2조 개정에 대해 수천 개 하청업체 교섭을 받아야 한다며 부담이 막중하다는 얘기를 하는 건 봤지만, 현대차나 한화오션 등 개별 기업이 직접 그런 부담을 언급하는 걸 본 적이 없지 않은가? 1년 365일 실시간으로 공급망과 협력업체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노조법 2조 개정은 그들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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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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