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검찰개혁 속도조절론 가운데 '관봉권 띠지 분실' 공세

鄭 "檢 해체 당위성 스스로 증명" 속도전 기조…김민석·강훈식 "시간 충분히", "신중하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건진법사 압수수색 증거품 '관봉권 띠지' 분실 문제를 두고 "검찰이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사건", "검찰 해체는 검찰 스스로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등 '개혁 속도전'에 다시 불을 붙였다. 반면 같은날 당 원내지도부에선 '추석 전 개혁완료'라는 정 대표의 검찰개혁 공약을 두고 "정치적 발언"이라고 규정하는 등 일종의 '신중론'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정 대표는 20일 오전 경북 경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검찰이 잃어버린 스티커와 띠지엔 현금을 검수한 날짜, 담당자 코드, 처리부서와 기계 식별 번호까지 적혀있어 자금의 역추적이 가능할 텐데 그걸 그냥 실무자 실수로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부러, 고의적으로 잃어버렸나"라며 "만약 그랬다면 증거인멸"이라고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의 핵심 인물이기도 한 '건진법사' 전성배 씨 자택을 압수수색해 1억 6500만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고 해당 현금에 5000만 원 규모의 관봉권이 포함됐음을 확인했지만, 이후 관봉권에 부착된 띠지와 스티커 등 주요 증거품을 실무자 실수로 분실했다고 전해졌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밀봉 화폐로 일반인들에겐 지급되지 않는다.

정 대표는 "일반 기업이나 일반 국민이 주요 증거품을 실수로 분실했다면 검찰은 재깍 증거인멸 혐의를 씌워서 압수수색하고 수갑을 채웠을 것"이라며 "'검찰이 스스로 증거를 인멸하고 무마하려 했다'는 국민적 의혹에 해당 검사들은 뭐라 말하는지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검찰 스스로 검찰에게 압수수색을 하고 스스로 수갑을 채우길 바란다"고도 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검찰의 이런 행태가 (대중에게) 드러난 것이 이번 일일 것"이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드러나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들이 또 많이 있을 거다. 이 부분도 검찰개혁 차원에서 철저히 규명하고 앞으로 민주당이 그걸 밝혀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정부가 당과 달리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는데, 정 대표가 재차 '개혁 속도전' 기조를 내보인 셈.

반면 이날 당 원내지도부에선 '추석 전 검찰개혁 완료'라는 정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 사항을 두고 "입법이 완료되는 것은 좀 더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다", "저희가 입법을 하는 게 중요하지만 거기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최소화시키는 게 저희들의 책임 있는 자세"라는 등 '개혁 신중론'에 해당하는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개혁 입법 완료 시기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어쨌든 정기국회 안에는 검찰 개혁에 대한 입법도 완료될 것으로 예상은 한다"고 했다. 그는 "(정 대표가) 시기를 못 박아서 이렇게 말씀하신 건 그만큼 차질 없이 검찰개혁을 진행하겠다, 이런 취지"라며 "(당도) 신중하게 다양한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수석부대표는 특히 정 대표의 '추석 전 개혁 완료' 발언에 대해서도 "정 대표님의 말씀은 정치적인 발언 메시지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라며 "추석 전에 완료라는 것은 얼개 그림을 추석 전에 국민들한테 선보이겠다, 이런 취지도 있지 않을까 싶다"는 해석을 내놨다. 역시 당 지도부의 현재 기조인 '입법 속도전'에 대한 일종의 '김빼기'로 풀이되는 발언이라 눈길을 끌었다.

문 수석부대표는 다만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찰개혁과 관련해 신중한 처리를 당부해 '속도조절론' 해석이 나온 것을 두고는 "속도를 조절하자는 얘기보다는 우리 정부여당이 책임 있게 책임 있는 개혁 조치를 하자는 취지"라고 당정 간 '엇박자'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부작용이 나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입법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검찰개혁과 관련 "국민이 보실 때 졸속하거나 엉성하게 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정부·여당 간,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각 정당 간에 조율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땜질식이 아닌 한 번에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신중하고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정성호 법무장관에게 "민감하고 핵심적인 쟁점 사안의 경우 국민께 충분히 그 내용을 알리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 달라"고 당부한 데 이어, 정부와 대통령실이 여당 지도부와는 달리 속도조절론에 힘을 싣는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문대림 당 대변인은 이날 현장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 과제와 관련해 (당 입장은) 현재까지는 후퇴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해 추석 전 개혁 완료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변인은 신중론을 펼친 정부 측과 입장이 갈라지는 것 아니냔 취지의 질문에도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에서 나온 이야기를 '속도조절'로 해석할지,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권고로 해석할지 판단할 때 후자 쪽에 가깝지 않나 해석한다"고 했다.

그는 원내지도부인 문 수석부대표가 추석 전 입법 완료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서도 "원내와 개혁입법과 관련해 수시로 의논하긴 하지만 시점 관련해선 공유한 바가 없다"며 "지금 정 대표의 의지는 '추석 전 완료'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침 없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해 기존 속도전 기조를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경북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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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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