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방치하다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힌 통일부가 해당 단체들과 직접 연락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통일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전과 입장이 달라졌다는 지적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국민 안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인 9일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의 전단 살포에 대해 유감을 표명 및 중지를 요청한 이후 해당 단체에 메시지를 전달했냐는 질문에 "발표 직후에 유선으로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했다"며 "해당 단체와 계속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9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6월 2일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4월 27일, 5월 8일에 이어 세 번째로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대변인은 "통일부는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여 재난안전법, 항공안전법 등 실적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통일부가 전단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현행법이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현재 항공안전법, 재난안전법 관련해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며 단체들의 전단 살포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해서도 간접적으로 저촉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때는 전단 살포를 사실상 방치하던 정부가 지금 입장이 달라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과 우리 국민의 생명 및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살포 중지를 요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 때는 한반도 평화와 국민 안전 등에 대한 검토를 덜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정부의 입장과 정책이 진공상태에서 결정한 것은 아니다.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내외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엄중한 상황과 우리 국민 안전 등을 종합 고려해 통일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취임 첫 해인 2022년 9월 당시 북한자유주간을 계기로 대북전단 살포가 예정돼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관련, 이효정 당시 부대변인이 9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그동안 민간단체 등을 대상으로 대북전단 등 살포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한 바 있다"며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등 살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우려하고 있으며, 전단 등 살포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재차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던 윤석열 정부는 2023년 9월 헌법재판소가 전단 살포를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제1항 제3호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리자 사실상 전단 살포를 방치했다.
당시 정부는 헌재 결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헌재 결정문에는 기존 법률로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음에도 추가적인 법률 제한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즉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무조건적으로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법률이 위헌인 것이 아니라, 기존에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이 있는데도 법률을 만들어 제지하려는 것이 과도하기 때문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전단 살포와 관련한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고, 이후 북한이 2024년 5월 오물이 담긴 풍선을 남쪽으로 내려보내면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다.
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이 기준이 아직 유효한 것이냐는 질문에 통일부 당국자는 헌재의 결정이 "전단살포에 대한 표현의 자유와 함께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 자체를 막고 있지는 않다"라며 "헌재의 결정에 따라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고 지켜져야 한다. 결정문에서도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 자체를 열어놓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한 것과는 다소 달라진 접근이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전단으로 촉발된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대응으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체결된 9.19 군사 합의의 효력을 중단시켰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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