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금은 성장에 집중…기본사회 포기한 건 아니다"

李, 개헌 묻자 "시급하게 해야 하는지 의문"…김동연·김경수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가 본인의 간판 정책이었던 '기본사회'와 관련해 "지금은 너무 어려운 시기라서 경제와 성장에 집중해야 될 시기"라면서도 "이것을 포기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23일 오후 <오마이TV> 주재로 진행된 제2차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제가 기본사회, 기본금융 얘기를 했더니 반론이 많다", "(기본사회는)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당장 해야되는 것도 아니지만 문제는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생산성의 향상에 비해 인간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원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는 대전제가 사라지는 거다. 이런 사회에 대비해 우리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보편적 기본사회로 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경선 경쟁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기본생활보장제도에 대해 논하면서도 "제가 말씀드리는 기본사회와 똑같다"며 "소득영역에서 기본적 삶을 보장하자는 것", "좋은 비전 같다"고 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중도보수론'을 강조하며 성장 위주 경제정책과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본인의 간판 정책이었던 기본소득·기본사회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 그는 '기본사회'를 폐기한 것은 아니며 단지 속도조절의 대상이라는 점을 밝힌 것.

이 전 대표는 이번 6.3 조기 대선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개헌에 대해선 "개헌 문제를 그렇게 시급하게 해야 되는지는 좀 의문"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개헌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직결된 것도 아니고 그 개헌된 헌법이 즉시 실행되는 것도 아니다. 그건 좀 여유를 둬도 괜찮겠다"며 "일단 경제·민생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경선 경쟁자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신임 대통령 임기 첫 100일 과제'로 '개헌 착수'를 제시하며 "(취임 즉시) 개헌을 위한 절차에 바로 돌입하겠다", "정치 영역에 있어서 대통령 되는 분이 100일 동안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임기 첫 100일 동안 해야 할 일은) 정치적 영역이라면 일단은 국회, 그것도 야당과 많이 만나야 하지 않겠나"라며 "극복해야 될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 사이 분열이다. 통합을 해야 하고, 그럼 야당이든 전문가든 국민들과 토론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압도적 1위' 이 전 대표에게 크게 각을 세우지 않는 전략을 취했다. 다만 김 지사의 경우, 개헌 등 일부 의제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와 대치했다.

김 전 지사는 "저도 개헌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절대 내란세력과 동거하는 세력과는 개헌논의에 당장 착수하긴 어렵다"고 말해 이 전 대표의 '개헌 유보론'에 힘을 실었다.

김 전 지사는 "국민의힘이 내란세력과 결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 상태로 헌법파괴 세력과 개헌논의를 한들 제대로 되겠나"라고 했다. 그는 김 지사가 강조한 '신임 대통령 3년 임기단축'에 대해서도 "이건 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나. 만약 이게 확정되면 취임 즉시 레임덕에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마무리 발언 시에는 "충청권과 영남권의 우리 권리당원들의 경선투표 결과가 나왔다. 여기 계신 이 전 대표께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셨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하지만 우리 민주당을 위한 미래를 위해서도 함께 투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는 등 일종의 읍소 전략을 펴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에 종자 씨앗까지 한번에 싹 다 털어먹으면 다음 농사는 어떻게 짓겠나"라며 "다음 농사를 위해서 씨앗 종자는 남겨 두는 그런 현명한 농부의 마음으로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서도 저 김경수에게 투표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반면 김 지사는 개헌 의제와 관련 이 전 대표의 '유보론'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해서 경제 문제를 얘기하셨다. 그런데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이 되고는 그 전에 약속한 개헌의 추진을 거의 하지 않았거나, 해도 성공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이어 "때문에 개헌을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하겠다'든지, 지난번 토론 때처럼 '대통령실·국회 세종 이전은 일단 용산을 썼다가 청와대를 갔다가 하겠다'는 건 자칫 국민들이 보기엔 '이건 그냥 안 하겠다'라는 말로 들릴 거 같다"고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김 지사는 마무리 발언 시에도 "지금 민주당 경선 이대로 가선 안 된다. 더 큰 민주당, 정권교체 이상의 교체를 하기 위해선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살아나야 한다"며 "지금 제 옆에는 현역 의원이 한 분도 서지 않으신다. 그분들 처지의 어려움을 이해는 하지만 때로는 어렵고 힘들다"고 했다.

김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읍소 전략을 펼치면서도, 현재 민주당의 경선 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기존의 비판적 입장을 다소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에 나선 이재명 예비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오마이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오마이TV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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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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