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떠는 국민의힘, '한덕수 카드'로 돌파할까?

[정희준의 어퍼컷] 덕수가 달라졌어요. 재탄핵 된다면 '헐크'가?

국민의힘은 대선 전문 정당이다. 전과기록이 열 개가 넘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당내 중진들 사이에 "박근혜는 좀 아니지 않아?"라는 부정적 의견이 상존했음에도 결집해서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에 앉혔다. 그렇게 권력을 나누어 향유했다.

국민의힘이 위기에 처했다. '차떼기,' '천막 당사,' '박근혜 탄핵' 같은 과거의 것과는 다르다. 문재인이 임명한 차관급 출신 윤석열을 업어와 대통령에 앉혔더니 아내와 온갖 전횡을 저지르다가 급기야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스스로 자폭했다.

윤석열이 사고 치는 바람에 대선이 2년 앞당겨졌다. 그런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50%를 뚫고 올라가는데 국민의힘 후보들 지지율 총합은 고작 36%다. 게다가 정권교체 여론은 이재명 지지율보다 높은 60%를 상회하니 이번 대선은 해보나 마나 한 선거가 됐다.

공포에 떠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이재명은 공포의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의 깃발 아래 박근혜 정부 인사들, 공무원들, 심지어 대법원장까지 수백 명을 기소했을 뿐 아니라,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 노년을 누리고 있던 이명박마저 구속 기소했다. 기소만 있는 게 아니다. 좌천성 인사는 부지기수다.

사람 좋아 보이는 문재인이 그 정도였는데 이재명은 어떻겠는가. 이재명을 5개의 재판으로 걸어 "하나만 걸려라" 기도를 하던 중 윤석열이 대형 사고를 쳤다. 심지어 국민의힘에서도 '이번 대선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 길거리에 나붙은 "이재명은 아니지 않습니까!"라는 뜬금없는 현수막은 "제발 우리 좀 살려주세요"라는 절규다.

그러나 역시 국민의힘은 대선 전문 정당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 차출설이 무르익어간다.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출마 여부에 대해 "Not yet(아직)," "No comment(노 코멘트)"라고 답한 것을 보면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지난 11일 2%의 지지율로 갤럽 여론조사에 첫 등장한 그는 다음 주 7%를 기록하며 선두권으로 부상했다. 다음 조사에서 보수 1위에 오르면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화 해야 한다.

평생 공무원만 지낸 75세 한덕수는 왜 출마를 생각하게 됐을까. 상품성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학력을 지닌 관료 출신이라는 점 외에 미국통이라는 장점이 있다. 중도·무당파에 소구력이 있다. 그리고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를 두루 거쳤다는 경력, 특히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출마 여부를 물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번 24일 워싱턴 DC에서 있을 '한미2+2 통상 협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한덕수의 지지율은 곧 상승할 것이다. 출마를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덕수가 달라졌어요

그럼에도 궁금하다. 한덕수 차출론 초기 모든 정치 평론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평생 공무원만 했던 그가 '노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출마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였다. 상식적으로도 그렇다. 고건, 반기문 등 관료 출신들은 초반 엄청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모두 중도에서 하차했다. 선배들의 사례가 생생한데 그렇다면 한덕수는 왜?

한덕수의 '전투력 급상승'에 주목한다. 질의자의 수준에 맞춰 상대했다. 조용하게 나오면 조용하게 답했고, 드세게 나오는 야당 의원들에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사람이 그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말싸움에 지는 법이 없었고 질의하는 의원은 물론 의석에 앉아 있는 의원들까지 가리지 않는 '부채꼴 타법'을 선보였다. 초재선 의원과 '샤우팅'과 삿대질도 서슴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총리를 본 적이 없다. 기사 제목도 '폭발,' ''초강수' 반박'이다.

윤석열이 탄핵되자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그런데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주도한 탄핵 결의로 결국 탄핵됐다. 70대 중반 관록의 국무총리다.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복귀하기까지 마음을 가다듬으며 칼을 갈았을 것이다.

"네 놈들이 감히..."

보수 단일화가 될까?

단일화를 안 할 도리가 없다. '타도 이재명'에 국민의힘의 사활이 걸린 상황에서 그 누구도 단일화 압력에 버틸 재간이 없다. 가정 1. 만약 국민의힘 후보가 지지율 우위를 유지한다면 고건, 반기문 사례에서처럼 한덕수가 단일화 전에 하차할 수도 있겠다.

가정 2. 만약 한덕수가 앞서는 경우. 한동훈, 홍준표는 공당의 경선을 통과한 후보라며 거부할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그러나 지는 후보가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정 3. 만약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10% 안팎으로 좁혀지면? 개혁신당의 이준석도 단일화를 거부할 재간이 없다. 보수 본진 국민의힘으로 복귀를 원하는 그가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1등 역적'의 오명을 뒤집어쓸 수는 없다.

물론 한덕수(나 국민의힘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온 우주의 정기가 그의 품에 안겨, 이 세계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야 간신히 가능한 일이다. 한덕수는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왜 한덕수를 원했을까?

한덕수로 대선 승리? 되면야 좋지. 그러나 윤석열의 자폭으로 그런 꿈은 일찌감치 접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도 오매불망 손에서 결코 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당권이다. 작년까지는 대선을 고민했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재선을 위한 당권 경쟁이다.

한동훈이 대선 경선 승리를 발판으로 당권을 다시 거머쥐면 친윤들에겐 사망선고다. 독불장군 홍준표 역시 기대난망이고 김문수도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당권엔 별 관심이 없고, 타협 가능한 정치인 오세훈은 불출마다. 결국 한덕수가 자신들의 유일한 방패막이다.

관전포인트 하나. 경선 및 단일화 과정을 뚫고 단일후보가 되는 자는 설사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접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만약 한동훈, 안철수라면 친윤들을 물리고 당을 새롭게 재편할 것이다. 전광훈 등 탄핵 반대 세력과도 손절할 것이다.

김문수, 홍준표가 단일 후보가 되는 경우? 국민의힘은 다시 친윤, 전광훈, 전한길, 손현보, 성조기 든 태극기부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득실대는 당이 될 것이다. 아사리판이다. 그 중에서도 보수를 망치게 하는 제일은 부정선거론자라.

관전포인트 하나 더. 민주당은 연일 한덕수 비판에 열을 올린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것인가? 이 글을 쓰는 늦은 밤 눈에 들어오는 기사 제목 하나. "민주당, 한덕수 재탄핵 고민."

요즘 이재명 후보는 정책 공약에 매진하면서 좋은 반응 덕에 지지율도 상승하던데 의원들은 어쩜 그렇게 표 깎아 먹는 이야기만 하는지. 또 탄핵해 보시라. 한덕수는 '헐크'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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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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