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측 "계엄 막은 건 시민들의 민주의식" vs 尹측 "대국민 호소 계엄"

9차 탄핵심판…윤석열 대통령은 출석 안 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은 막판까지 비상계엄 적법성을 두고 씨름했다.

국회 대리인단이 '12.3 비상계엄 선포'를 민주화 이후 어떤 대통령도 하지 않은 "최악의 헌정 파괴 행위"로 규정하자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이 국회 봉쇄를 의도한 적도,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다며 "대국민 호소"를 위해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며 예의 주장을 이어갔다.

18일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9차 탄핵심판은 증인 신문 없이 증거조사와 양쪽 대리인단이 각자의 주장을 정리해 이야기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국회 대리인단은 계엄 당일 발생한 군의 국회 침탈과 선관위 침탈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고 윤 대통령 파면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황영민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계엄 세력의 국회 침탈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막고 장기적으로는 국회의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할 의도였다"며 △국회 무력화를 위해 계엄군을 침입시킨 행위 △포고령으로 정치활동을 금지한 행위 △대다수 선량한 국인을 군사정변에 가담케 한 행위 등은 모두 위헌·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계엄 세력이 선관위를 장악하고 기능을 마비시킨 것에 대해서는 전형호 변호사가 "독립된 선거 관리 기능을 침해한 것을 넘어 대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선거제도 자체를 침해한 행위"라며 "선관위 직원들의 연락과 통신 수단을 모두 차단해 선관위가 외부 간섭을 배제할 기회조차 없"앤 것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선관위 장악 의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무리 발언을 맡은 김이수 변호사는 "민주화 이후 어느 대통령도,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있었을지라도 자신의 약점을 돌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는 않았다"며 "피청구인이 저지른 12.3 비상계엄 선포는 어떤 대통령도 꿈꾸지 않았던 바로 그 금단의 행위, 최악의 헌정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행스러운 것은 대다수 우리 국민에게 민주주의와 헌법의식이 몸과 마음에 베어있다는 것"이라며 "피청구인의 위헌적인 12.3 비상계엄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시민들의 살아있는 민주의식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계엄을 무산시켜야 한다', '계엄해제 요구를 결의하는 국회를 방어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한밤중에 뛰쳐나온 용감한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럼에도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 공동체가 입은 상처는 깊고 위중하다"며 "국민들은 그 상처의 치유를 원하며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온전한 복원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가장 중요한 일부터 한 걸음씩 해결해 가야 한다. 그 첫번째 과제는 바로 이 이 사건 탄핵심판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다. 바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자신들이 증인으로 채택한 이들의 증언을 위주로 계엄은 적법했다는 입장을 재정리했다.

송지호 변호사는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은 이 법정에서 '대통령이 이 사건 계엄의 성격을 타 국가 세력에 대한 경고와 아울러 대국민 호소력, 메시지 계엄으로 정리하고 계엄을 계획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며 윤 대통령이 국회 봉쇄를 의도한 바도, 의원들을 국회의사당에서 끌어내라거나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국회를 봉쇄하려 했다면 "사전에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고 충분한 병력이 필요하다"며 "계엄 해제 의결 전까지 국회 경내에 진입한 특전사 병력은 270명,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은 14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동원된 "경찰 인력은 360명이었다"며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주장대로 국회 전체를 봉쇄하려면 5000~7000명의 병력이 필요한데 턱 없는 병력"이라고 했다.

또 "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하고 병력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이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은 김용현이든 여인형(전 방첩사령관)이든 누구에게도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며 "실제로 정치인을 체포한 바도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탄핵심판에서 국회 대리인단은 계엄 당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의 "위치 확인을 도와달라"고 말했다는 진술이 담긴 검찰 조서 일부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진술이다.

조서 공개에 대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조대현 변호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에서 반대신문으로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는 진술 조서를 증거로 조사하는 것은 법률에 위반된다. 증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항의했다. 윤 대통령 측은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심판정을 퇴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기일에 불출석했다.

그는 당초 탄핵심판 출석을 위해 서울구치소에서 출발해 오후 1시경 헌재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시 구치소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에 관해 "윤 대통령께서 대리인단과 회의를 통해 오늘 진행할 절차와 내용은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서 양측 대리인단이 의견을 설명하는 날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발표할 것은 없으며 대리인단에 일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원활한 재판진행을 위해 구치소로 복귀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오는 20일 열릴 10차 탄핵심판에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중 조 청장은 혈액암 투병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헌재는 구인장을 발부하고 검찰에 집행을 요청했다. 같은날 오전에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된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에 출석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왔으나 변론 시작 전 구치소로 복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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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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