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 기독교단체 예방…목사도 "계엄으로 나라 40년 전 퇴행"

김종생 NCCK 총무에 면전 쓴소리 들은 권영세 "야당 잘못도 따끔하게 혼내달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기독교 단체 예방에 나섰다가 면전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나라가 40년 전으로 퇴행한 건가", "'경고성 계엄'이나 '평화적 계엄'은 맞지 않는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보수성향 한국교회총연합과 진보성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차례로 찾아 새해 인사 및 취임 인사를 건넸다.

이 만남에서 김종생 NCCK 총무는 권 위원장에게 "'경고성 계엄'이나 또는 '평화적 계엄', 이런 식의 굉장히 맞지 않는 방식보다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도로 가는 게 맞지 않나"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1980년 한울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김 총무는 "사실 저는 비상계엄 피해자이기도 했다. 징역을 2년 반 살았다"며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날 '이제 다시 한 번 감옥을 가야 되겠구나.내 약은 어떻게 하나. 또 주변 정리는 어떻게 하나' 하면서 그때 경험이 다시 떠올랐고, 다시 40년 전으로 퇴행하는 건가 하는 아픈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또 "그 뒤에 이어진 여러 일련의 부분들이 좀 안타깝다"며 "이 일이 좀 잘 갈무리돼 가면 좋겠는데 이게 정치의 유불리로 풀려가니까 많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총무는 "권 위원장이 훗날 역사에 좀 부끄럽지 않도록…(해달라)"며 "사실 저희들 기독교계에서는 장관 재임 때도 그랬지만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있었다. 취임하시면서 대면으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문서로나마 사과로 시작을 하셔서 '그래도 위원장님이시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위원장께서 균형을 잘 좀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권 위원장은 이에 "계엄에 대해서 우리나라 국민들께서 인식하는 것은 합헌적 계엄보다는 아마 과거 40여 년 전 어두웠던 때의 경험을 많이 생각하시리라 생각이 되고, 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도 이미 얘기를 했고 여러 평가들이 있다"며 "그 계엄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될지는 지금 헌법재판소를 비롯해 수사기관에서 조사도 하고 재판도 하고 심판도 하니까 차분하게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했다.

권 위원장은 그러면서 "정치권도 그런 공방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며 "물론 저희들이 여당인 만큼 욕을 먹어야 될 부분이 좀더 많겠지만 야당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도 아주 따끔하게 얘기를 해주시면 여야가 균형 잡힌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이에 "지난번에 이재명 대표께서 여기 왔을 때도 '제발 정치 좀 해달라'고 얘기를 좀 했다"며 이어 "지금 이 나라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금융, 민생이 바닥을 치는 상황", "저희들이 치안에 대해서 이전에는 불안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법이 집행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들 치안은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그런 사회 불안도 사실 좀 야기가 된다"고 시국 비판성 발언을 이어갔다.

김 총무는 그러면서 "어떻게든 정치가 국민들 불안함을 좀 감소시켜 가야 한다"며 "많은 관록이 있으신 위원장님께서 불확실함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상황들을 조속히 매듭지어 달라", "빠르게 안심하고 이 모든 일들에 대해서 좀 미래를 예단할 수 있도록 풀어달라"고 당부했다.

권 위원장은 그러자 "정부나 여당이 당연히 훨씬 더 큰 책임을 지고 또 비판받을 때는 훨씬 더 비판을 많이 받아야 할 것이어서 저희들도 당연하게 생각을 하는데, 국회에서 사실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가진 야당도 좀 따끔하게 혼을 내주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지금 대통령도 저렇게 된 상황에서 (야당이) 훨씬 더 큰 힘을 가진 세력·정당이니까 여당과 같은 정도는 아니라도 (그에) 못지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될 텐데, 그런 부분에서는 저희들이 좀 아쉽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여당과 정부도 비판을 해주시지만 야당에 대해서도 좀 여러가지 촉구를 해 주시면 조금이라도 정치권이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데 좀더 진입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총무는 "오늘 주신 말씀 꼭 기억했다가 야당 관계자들 만날 기회가 되면 꼭 제가 언급을 하겠다"고 했다.

NCCK 방문에 앞서 이뤄진 권 위원장의 한국교회총연합 방문에서는 서로 덕담만 오갔다.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우리 대한민국이 더 위기를 극복하고 잘 되리라 생각된다"며 "지금은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더 좋은 길로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나라 정치가 굉장히 혼란스러워서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굉장히 힘들게 하는 점에 대해 굉장히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를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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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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