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70%가 생활비 감당 안 된다는데…트럼프 "인플레 멈췄다"며 또 바이든 탓

취임 11개월 대국민연설…물가 불안 인정 및 대안보다 군인 지급금 등 선심성 정책 강조·선거 앞 조바심 반영

최근 경제 분야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1개월을 맞아 내놓은 대국민 연설에서 익숙한 '바이든 탓'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이하 현지시간)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께 백악관 외교접견실에서 약 18분간 진행된 연설을 자신이 전임 행정부로부터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포함해 "난장판"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하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백만 명 미국인의 삶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든 물가 상승"이 "민주당 정부 시절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경제 정책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를 정면 돌파하기보다 전임자에 책임을 돌리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공개된 NPR-PBS-마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6%만 트럼프 정부 경제 운영을 지지했고 57%는 지지하지 않았다.

경제 부문 지지율은 7월 39%에서 하락한 것이며 트럼프 1, 2기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조사는 지난 8~11일 미국 성인 144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바이든 정부 중반 코로나19 여파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때 9%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은 2024년 중반 이미 2%로 안정됐다.

반면 비교적 안정된 경제 상황에서 시작한 트럼프 정부는 관세 정책 등으로 시장 불안을 야기했고 물가도 올봄부터 상승 기조를 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로 올라섰다. 10월 CPI 상승률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인해 발표조차 되지 않았다.

<AP> 통신은 "18분 연설 동안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소 6번 언급됐다"며 "문제는 트럼프가 얼마나 더 오래 유권자 설득에 바이든을 이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리스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0% 생활비가 감당하기 어렵거나 전혀 감당이 안 된다고 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멈췄다", "가격이 내려갔다"고 주장하며 불통 행보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11월 실업률은 4년 만의 최고치인 4.6%로 상승한 상태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반이민 정책을 옹호하고 일부 상품 가격 인하 등 성과를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또 140만 명 이상의 군인들에 크리스마스 전 1776달러(약 263만 원)의 "전사 배당금"이름의 특별 지급금을 보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구체적 내용 없이 내년에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택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주거비 상승 원인은 "전임 정부"가 데려온 "이민자들"에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 건강보험 정책 오바마케어(ACA·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종료를 앞두고 있어 내년 의료비 상승 불안이 큰 가운데 이를 대체할 직접 현금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이 정책이 보험의 폭넓을 보장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비 상승 우려 관련 "이는 공화당 잘못이 아니다. 민주당 잘못"이라고 주장했는데 <뉴욕타임스>는 이 발언이 미국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요약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낮은 금리"를 지지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평소보다 핵심 주제에서 덜 이탈한 트럼프 대통령 연설은 선거 앞 지지율 하락 및 지지층 이탈에 대한 조바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리스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7%가 민주당이 경제를 더 잘 운영할 것이라고 답해 공화당이 더 잘 운영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33%)을 앞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 2명을 인용해 경제에 대한 불만이 커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엔 거의 가지지 않았던 유세를 내년엔 거의 매주 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외교접견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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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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