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에게 수사기관이 2차 체포영장을 집행을 시도할 때 무력 사용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호처 직원은 내부 게시판에 무력을 사용하면 위법이라는 글을 올렸으나 해당 글은 삭제됐으나 이후 복구됐다. 경호처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의견 대립이 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겨레>는 현직 경호처 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김성훈 차장 이하 3급 이상 간부들과 오찬 자리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체포영장 집행 시 무력 사용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그간 '물리적 충돌만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박종준 전 경호처장에게 피력해 온 간부 대부분이 극렬히 반발했다.
무력 사용 여부를 두고 경호처 내 의견 대립이 분분한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무력 사용을 지시하자 12일 오전 8시에 열린 김성훈 경호차장(경호처장 대행)과 부장(3급) 및 과장(4급)단 회의에서는 중간 간부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이 회의 참석자 중 2명을 제외한 전부가 2차 체포영장 집행 시 무력을 포함한 저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부장급 간부들은 김 차장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고 "직원들을 범죄자로 만들 것이냐" "관저 근무 체제를 평시 체제로 복구하라"는 등의 규탄 발언을 내놓았다.
특히 한 부장은 김 차장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15명가량의 부서 직원 전원에게 휴가를 지시했다. 해당 부장은 김 차장으로부터 대기발령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태 상황을 종합하면, 수사기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경호처 내 극소수 강경파와 대부분 온건파 간 의견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와중으로 보인다. 4급 이상 간부 절대 다수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강경파는 10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호처 간부 중 가장 먼저 경찰에 출석한 박종준 전 처장의 경찰 출석 의미도 확실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물밑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간 의견을 조율한 박 처장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그 후 김 차장을 비롯한 극단파가 경호처 내 절대 다수 온건파 의견을 억누르는 게 현 상황으로 보인다.
관련해 박 전 처장은 지난 10일 경찰 출석 전 경호처 내부에 "인간 띠(스크럼) 방식으로도 영장 집행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무저항 원칙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처장은 경찰 출석 자리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여러차례 정부기관 간 중재를 건의했고 대통령 변호인단에게도 대안 마련을 요청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새로 경호처를 맡은 김 차장은 윤 대통령 지시와 궤를 맞춰 강경 대응 준비를 지시했다. 김 차장이 경호처에 세운 내부 지침은 매스컴에 노출되도록 순찰하고 전술복과 헬멧 등의 장비를 착용하며 실탄을 포함한 화기를 가방에 넣어 노출되지 않게 휴대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윤건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장한 바 있다.
경호처 내 사태가 이 정도로 격화하면서 경호처 내에서는 무력 대응 지시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11일 경호처 내부 게시판에는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은 공무상 정당 행위인데, 이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공무집행방해"라는 내용의 A4 용지 3쪽 분량 글이 게시됐다.
그러나 이 글은 곧 삭제됐다. 다만 삭제 과정에서도 내부 충돌이 발생했다. 게시글 작성자 부서장이 삭제 지시를 거부했고 다른 유관 부서 부서장 역시 삭제 지시를 거부했다.
이에 김 차장이 전산 담당 직원에게 지시를 내려 글 작성 한 시간여 만에 게시글은 삭제됐으나 내부 반발이 빗발치자 글은 12일 원상복구됐다.
관련해 현재 경호처 내 강경파는 이른바 '김건희·김용현 라인'으로 지목된 김성춘 경호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전부가 온건파로 분류된다.
즉 대통령의 서울 한남동 관저 칩거 후 오랜 기간 거론된 김건희·김용현 라인이 이번 물리력 대응 입장을 고수하면서 상당수 경호처 직원들을 겁박하는 모양새다.
경호처 내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박종준 경호처장 사퇴를 계기로 한남동 내부가 무너지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1일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내란수괴 체포도, 경호처 폐지도 시간문제"라며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결과는 같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잘려 나간 박종준 대신 내란수괴 오른팔이 된 김성훈 차장도 경찰에 자진 출석하라. 내란수괴에게 충성해 봤자 내란 공범에 특수공무집행 방해죄까지 뒤집어쓴 채 폐기된다는 걸 똑똑히 보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사당국에는 "공수처와 경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체포영장을 엄정히 집행해 법치를 바로세우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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