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유족 "정부, 약속 어기고 냉동시설에 시신 안치 한 구도 안 해"

[현장] "피해자 마지막 존엄인데…앞으로 정부가 하는 말 안 믿겠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이 애초 약속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냉동 컨테이너에 희생자들의 시신이 한 구도 안치되지 않았다며 이제 정부가 하는 말은 믿지 않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한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협의회 대표는 30일 오후 7시경 전남 무안 무안국제공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족들이 땅바닥에 누워있다. 그래서 어제 (정부에) 냉동 컨테이너를 말했다. 시신 수습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깨끗한 상태로 가져가야 한다. 그래서 요구했다"며 "오늘 오후 2시면 냉동 컨테이너가 준비되고 오후 4시면 희생자들의 모든 시신이 냉동 컨테이너에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거짓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5시경 냉동 컨테이너 시신 안치를 확인하러 갔을 때 "컨테이너가 이제 막 도착해 조립하는 상태였다. 이건 아니다"라며 "하루하루 (상황을) 보고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나름대로 (정부) 사람들 상대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저는 앞으로 정부 관료들이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믿겠다"며 "각 부처마다 하는 이야기가 다 틀리고 서로 핑퐁 게임해서 넘기기 바쁘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박 대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왔을 때 (냉동컨테이너 설치를) 부탁 드렸고, 경제부총리가 옆에 있는 두 분에게 '잘 되고 있나' 체크할 때 '잘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결과 값은 아니다"라며 "그러면 우리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이번 브리핑의 이유를 밝혔다.

박 대표는 "유족들이 지금까지 정말 지성인으로서 이성을 그대로 꼭 붙잡고 잘 버텨줬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존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피해자들의 유해가 방치돼 있다. 격납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며 "피해자의 마지막 존엄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족의 문제제기에 대해 전남도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냉동 컨테이너 설치는 다 됐는데 시신 안장을 위한 내부 선반 설치가 아직 작업 중이라 시신이 못 들어가고 있다"며 "오늘 밤중에는 시신 안치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족들은 참사 이후 무안의 기온이 연일 영상을 기록해 희생자 시신 부패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부에 냉동 컨테이너 시신 안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무안의 기온은 3~11도를 기록했다. 참사 발생 첫날인 전날 기온은 0~8도였다.

▲지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충돌 후 폭발한 항공기의 잔해.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