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금 10시", "지하철서 식사 때워"…필리핀 가사관리사 고충들어보니

서울시·노동부 "취업 기간 7개월→3년으로 연장, 통금 연장 논의도"

필리핀 가사관리사 일부가 이탈하는 등 근무 여건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벌어지자,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부랴부랴 의견 청취 자리를 마련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최소 근무 시간 단축으로 여러 가정을 전전해야 하는 문제, 숙소 통금시간 설정으로 인한 불편 등을 토로했다.

서울시와 노동부는 24일 서울 강남 홈스토리생활 회의실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관계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참여업체인 홈스토리생활과 휴브리스 대표, 가사관리사 두 명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이 이탈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마련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가사관리사들은 숙소 통금시간이 너무 이르고, 여러 가정에 가사관리스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업무 중 이동이 빈번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가사관리사 에리카 씨는 "하루 8시간을 한 가정에서 일하지 못하고 3가정까지 쪼개서 일하다 보니 이동이 부담되고 공원이나 지하철역에서 식사를 때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최소 이용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고지했으나, 신청 가정 가운데 취소 사례가 늘자 최소 이용 시간을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변경해 문턱을 낮췄다.

또 다른 가사관리사 조안 씨는 "숙소 통금이 오후 10시인데 8시에 일을 마치고 9시쯤 집에 오면 삶에 필요한 야외 활동을 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성인이니까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며 통금 시간을 밤 12시로 연장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려 자격증에 돈을 들여 첫 달부터 고향에 돈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이날 참석한 가사관리사들은 급여 문제에 대해선 따로 의견을 밝혀지 않았다. 앞서 일부 가사관리사들의 이탈 사태와 관련해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입국 뒤 첫 급여 약 96만 원을 예정된 급여일보다 늦게 받고, 두 번째 급여일인 지난 20일에도 '이달 근무 임금을 다음달에 준다'는 업체 방침에 따라 8월 20일 ~ 9월 2일 약 2주 치 교육수당 106만 원만 지급받는 등 임금 관련 문제를 겪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그러나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가사관리사) 두 명이 임금 때문에 이탈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간담회에 참석한) 에리카 씨는 수당으로 본국에 송금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월급을 주급이나 격주로 받기를 희망하는 부분은 현장 의견을 들어서 할 것"이라며 "현장 수요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 간담회에 참석한 분들은 '계획적으로 쓰기 어렵다'며 '월급제였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날 따로 설명자료를 내고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이번 달 근무 임금을 다음 달에 주는) 임금 지급 방식은 입국 전 필리핀 정부를 통해 가사관리사들에게 안내했고, 입국 후 교육 기간(8월 6일 ~ 9월 2일)에도 2차례 안내했다"며 "10월부터는 정기적으로 1개월 분의 임금이 지급될 것이며, 가사관리사가 받을 전체 금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임금 익월 지급은 근로기준법상 정기급여일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지연체불이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이므로 근로제공이 이뤄진 후에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며 "특히 근무시간이 불규칙하고, 서비스 수요 변경이 빈번한 가사 돌봄서비스 특성상 근로자별 근무일·근무시간 확인, 이용대금 확정·납부 등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임금체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은숙 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취업 기간과 관련해선 "7개월짜리 E-9(고용허가제 비자) 취업 활동 기간을 3년까지 연장해 줄 것"이라고 했다. 한 시범사업 참여업체 대표는 "가사관리사분들은 본인들이 시범사업을 잘 수행하면 활동기간이 연장돼 장시간 근무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갖고 있다"며 "활동기간 연장 조치가 추가 이탈 등을 막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돕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숙소 통금 시간 연장을 논의하고, 가사관리사들이 이동 시 이용할 수 있는 쉼터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홈스토리생활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관계자 간담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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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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