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4→47→46' 비례대표 또 축소시킨 거대양당

총선 전 마지막 본회의…쌍특검법은 부결, 분양가상한제 완화안은 가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1석 줄이는 내용의 선거구 획정안을 총선을 41일 앞두고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여야가 선거구 협상의 편의를 위해 표의 비례성, 국회 구성의 다양성 확보 등 제도 취지를 무시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일이 또 반복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지 55일 만에 '쌍특검법(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재표결도 이뤄졌고, 가결 요건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반면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실거주의무를 3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 등 법률안 54건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총선 D-41, 선거구획정안 가까스로 본회의 통과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 원안에 양당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합의한 변경사항을 반영한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일부법률개정안을 표결에 부쳤고, 이 안건은 재석 259명에 찬성 190명, 반대 34명, 기권 35명으로 가결됐다.

앞서 획정위는 인구 변화를 반영해 서울과 전북 의석을 각 1석 줄이고 인천과 경기 의석을 각 1석을 늘리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본회의에 앞서 양당 원내대표는 획정위 원안에 변경을 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변경사항은 △ 서울 종로, 중성동갑·을 유지 △ 경기 양주 남면, 은현면을 분할해 동두천·연천으로 이동 △ 강원 춘천을 분할해 강원 내 8개 선거구 유지 △ 전북 군산 대야면, 회현면을 분할해 김제·부안으로 이동 △ 전남 순천을 분할해 전남 내 10개 선거구 유지 등이다. 여야는 서울 노원 3석을 2석으로 줄이는 원안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울 1석 감석, 전북 의석 유지, 경기·인천 2석 증석 결론이 나며, 획정위 원안에 비해 의석 1석이 모자라게 됐다. 국회 협상 과정에서는 모자란 1석을 채우기 위한 방안으로 △ 국회의원 수 1명 증원(김진표 국회의장 안) △ 부산 1석 감석(민주당안) △ 비례대표 1석 감석(국민의힘 안) 등 이 제시됐지만, 여야 원내대표가 최종적으로 합의한 안은 '비례대표 감소'였다.

앞서도 여야는 선거구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때면, 이를 해결할 손쉬운 방편으로 비례대표 의석에 손을 대 왔다. 이 때문에 헌재 결정에 따라 '1인 2표제(지역구·비례)'가 도입된 이후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56석이던 비례대표 의석은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54석,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47석으로 줄었고, 이제는 46석이 됐다.

양당의 선거구 협상 결과가 알려지자 녹색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선거구제만으로는 실현이 어려운 표의 비례성을 확대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협상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심 원대대표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선거법을 개정하자고 했는데 선거구획정위가 '독립된 위원회'"라며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비례대표 의석 수 확대가 당론이었다. 민의보다 밥그릇을 앞세우는 양당 체제에 진저리가 난다"고 양당을 모두 비판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비례의석을 축소한 거대 양당의 선거제 야합을 규탄한다"며 "국회의 다양성, 비례성, 대표성이라는 가치는 기득권 앞에서 또 훼손됐다. 지역구 기득권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까지 줄인 두 정당의 탐욕은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씽특검' 재의결, 결국 부결…분양가상한제 실거주 3년 유예안 통과

국회는 이날 '쌍특검법'도 표결에 부쳤다.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특검법은 재석 281명에 찬성 177명, 반대 104명으로, '대통령 배우자 김검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도 재석 281명에 찬성 171명 반대 109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대통령이 재의요구, 즉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려보낸 법안의 국회 통과 요건은 '과반수 출석, 재석의원 2/3 찬성'이다.

표결 전 반대토론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쌍특검법에 대해 "이재명 대표 방탄과 총선을 겨냥한 정쟁 유발이라는 민주당의 불순한 의도 외에도 많은 법리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단지 정쟁과 총선을 위한 악법을 찬성하는 일이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 오점으로 남지 않도록 상식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찬성토론에서는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특검을 왜 거부하나. 죄 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다.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 가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제가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2021년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라며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방탄 검찰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특검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다만 토론 내용과는 무관하게, 113석의 의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당론 부결 방침으로 재표결에 임했기 때문에 '2/3 찬성' 요건을 채우기는 애초부터 무리인 상황이었다.

이밖에 본회의에서는 신숙희·엄상필 대법관 임명동의안과 법률안 54건 등 67건의 안건이 통과됐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 가운데 주택법 개정안은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으로, 여야 양당 합의로 처리됐다. 이에 따라 실거주 의무 시작시점은 현행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됐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시 2~5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는 규정으로, 이른바 '갭 투기' 방지를 위해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21년 도입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2022년 하반기 분양시장이 얼어붙자 정부는 지난해 1월 실거주 의무 폐지 추진을 발표했고, 여야 이견으로 개정안이 국회에서 1년째 계류 중이었다. 결국 폐지가 아닌 '3년 유예'로 타협된 셈이다.

녹색정의당은 당론으로 반대 표결을 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의무는 갭투기 등 투기수요를 차단해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을 줄이는 제도"라며 "이를 폐지 또는 유예한다는 것은 결국 주택 투기꾼들의 손을 들어준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심 원내대표는 "실거주의무 유예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성실하게 주택자금을 모아 청약에 당첨되길 기다리는 또 다른 실수요자 무주택 서민"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종부세 완화, 전매제한 해제, 실거주의무 폐지까지 집부자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 한 길로 매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간 실거주의무 폐지·유예를 반대하다가 총선을 앞두고 당장의 표를 얻고자 원칙을 저버린 채 투기수요 세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양당을 모두 비판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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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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