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의 '칼국수', '탈덕수용소'…SNS로 혹독한 평가대상된 아이돌

[케이팝 다이어리] 디지털 기술에 포섭되는 아이돌과 팬덤 간 친밀성

디지털 미디어 발달로 케이팝 팬덤은 스타와 더 강력하고 다양한 교감을 갖게 됐다. 라이브방송을 통해 둘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는 아이돌의 이미지와 영상이 가득하다. 디지털 공간에서 생산되는 케이팝 정보는 넘쳐나고, 비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콘텐츠 소비와 소통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아이돌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돌 관련 모든 것이 평가의 대상이 되는 상품이라는 인식도 더 강해졌다. 아이돌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부터 무대 공연과 팬미팅의 태도까지 모든 것이 공개되고 기록되는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다.

최근 논란이 된 뉴진스 멤버 민지의 '칼국수 발언'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후 해명이 나왔지만, 오히려 여론은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거의 1년 가까이 논란이 지속되었다. 뉴진스측은 결국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주류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가볍게 다뤄 문제가 되었다. <iMBC 연예>는 '칼국수 삼행시'라는 기사를 생산해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라이브 방송 기능은 팬덤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돌을 비판과 비난을 받을 상황에 쉽게 노출한다는 단점도 있다.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유튜브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생산으로 오랫동안 비판받아 왔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한 집회에서 자극을 받은 사람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사건도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얼마나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케이팝 신(scene)도 다르지 않다.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이 큰 아이돌을 소재로 가짜정보를 전파해 수익을 얻었던 유튜버가 최근 고발 당했다.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은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가 지속적으로 허위 정보를 확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법원은 장원영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운영자에게 선고하였다.

이러한 문제적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디지털 환경이 팬에게 제공하는 아이돌의 일상성과 친밀감일 것이다. 특별한 기회에만 만날 수 있었던 아이돌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아이돌의 모든 것을 중계하는 유튜브 채널도 등장했고, 같은 내용을 기획사에서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추세다. 이는 대중으로 하여금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상품으로서만 아이돌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아이돌은 점차 혹독한 평가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돌의 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이 소셜미디어 여론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소셜미디어의 강점은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텍스트, 사진, 오디오, 비디오 등 콘텐츠 형태의 제약 없이 유연하게 생산, 유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지 개방된 플랫폼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고,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볼 수 있고 관련 이슈를 수시로 논의할 수 있다. 검색, 댓글 달기, 생각과 의견표현 등이 여론 형성에 기여하게 되고, 동영상을 통한 전달, 공유, 유통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용자들 간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은 팬덤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만, 가짜정보를 진실로 둔갑시키기도 하고 획일화된 역할론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케이팝 팬덤은 디지털 기술을 능동적으로 전유하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아이돌을 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고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오히려 기술에 포섭되기 쉬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미국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딥페이크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술의 위험성은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딥페이크(deep fake)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AI를 활용한 일종의 얼굴 이미지 조합 기술이다.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는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미성년자를 성착취로부터 보호하는데 실패했음을 성토하는 장이었다. 이는 기술을 어떻게 설계하고 대중화할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 사건이다.

▲'칼국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뉴진스의 민지. ⓒ어도어

강은교의 2020년 논문 <케이팝 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손 글씨의 진정성과 팬덤의 소비자 정체성>은 최근 몇 년 동안 케이팝 아이돌 팬덤이 스타에게 자필 사과문을 쓸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음에 주목했다. 자필 사과문을 쓰거나 쓰게 만드는 현상에는 연예인에게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한국 대중문화 전반의 도덕주의가 반영되어 있고, 아이돌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아이돌 팬덤의 독특한 친밀성 규범이 얽혀 있다고 논문은 설명한다. 따라서 아이돌의 혹독한 자기관리, 아이돌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의 어려움은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인기의 척도이기 때문에 마땅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에 더해, 디지털 평판, 가짜정보 문제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뉴진스의 사과문 발표 이후 소속사 어도어는 '권익보호 안내문'을 공지했다. 악플이나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10대 아이돌이 수많은 이용자가 시청하는 디지털 방송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발언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고려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탈덕수용소>와 같은 채널이 생산하는 가짜정보로 인해 고통받았던 문제도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지 못하고, 이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우리의 인식과 습관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상징한다.

기술의 편리함이 우리의 정보 생산 능력과 선별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대중문화 안에 상업적 추구와 저항적 대중운동이 동시에 공존하는 복잡성에 더해 디지털 기술의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미디어의 매개성이 아이돌과 팬덤 간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매개가 아닌 관계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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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임

이종임은 중앙대에서 언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나 샴페인 캠퍼스 동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를, 한국방송학회 문화연구연구회 회장, KBS 시청자위원장, SBS 시청자위원을 지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출강 중이다. 문화연대 기술미디어문화위원회 위원으로 미디어기술과 대중정치, 사회구조변화에 관심이 많으며, 기술과 대중문화산업,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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